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윤호의 현장에서] DAXA의 읍참마속, 자격 논할 때는 아니다

서기 227년, 촉나라 승상 제갈량은 위나라와의 전투에서 보급 수송로의 요충인 가정(街亭)을 맡길 장수를 고민하다 신뢰가 두터운 마속을 택했다. 그는 “가정은 세 면이 절벽이라 기슭에 진을 치면 위나라 군이 접근하지 못할 것”이라고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현지에 도착한 마속은 새 전략을 짰고, 산 정상에 진을 치고 적을 기다렸다. 이윽고 위나라군이 나타났는데 그들은 서두르지 않고 산기슭을 포위한 채 시간만 끌었다. 마속의 병사들은 식수와 식량이 동이 났다. 마속은 크게 후회했다. 가정을 적에게 내줬고, 제갈량은 한중으로 군대를 물리지 않을 수 없었다. 명령을 어긴 마속은 군율에 따라 참수형에 처해졌다. 마속의 재주를 아낀 많은 사람이 선처를 호소했지만 제갈량의 태도는 단호했다.

처음 DAXA(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 협의체·닥사)가 위믹스를 유의 종목에 지정했을 때만 해도 상장폐지를 점치는 투자자들은 많지 않았다. 업계에서도 대표적인 김치코인으로 블록체인 게임업계의 밀알로 활약하고 있는 위믹스를 거래 종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닥사는 ‘대마불사’보다 ‘읍참마속’을 택했다. 월간 기준 수수료 수익 3위에 달하는 위믹스를 상장폐지함으로써 경제적 손해는 물론 투자자들의 원성도 감당해야 하지만 미 거래소 FTX에서 촉발된 유동성 위기 속에 장기적인 투자자 보호와 닥사의 역할을 염두에 둔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위메이드는 물론 각계각층에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그중 본질적인 것은 닥사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다. 닥사는 5대 암호화폐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가 지난 6월 결성한 자율규제기구다. 지난 5월 테라-루나 사태 때 국내 코인거래소마다 대응이 제각각이어서 투자자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에 여당·정부와의 간담회 이후 거래소들이 만든 것이다. 관련법 정비 이전에 코인 상장(ICO)부터 유의 종목 지정, 상장폐지 등 주요 결정에 업계 자율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따라서 현재 법적 정비가 완료되기 전에 최선의 방법으로 설립된 곳이 바로 닥사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닥사에 대해 “사회적으로 공적인 기능을 부여받았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도 했다. 금융당국의 법적 제도가 미비한 상태에서 업계의 적극적인 자율 규제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기구로 닥사를 인정하는 것이 맞다는 얘기다. 물론 닥사는 법적으로 인정된 제도 금융권 협회와는 차이가 있는 만큼 사실상 개별 거래소의 판단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전직 은행장은 “그들이 특정 가산자산의 거래를 지원한다는 것은 대형 백화점이 특정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것과 같은 정도의 의미”라고도 했다.

그러나 그렇다하더라도, 각 거래소가 자신들이 상장시킨 가상자산을 위험성에 근거해 상폐시키는 것까지 막을 근거는 없다. 닥사의 상폐 결정 자체가 옳다, 그르다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법적 규제가 부재한 상태에서 자율규제는 최선이었다. 닥사의 자격을 논할 때는 아니다.

youknow@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