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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급한 불은 껐지만’…재무부담 커진 롯데그룹, 주주설득 등 갈 길 멀어
롯데건설발 유동성 위기 확산
주요 계열사 전방위 지원
당장 급한 불 껐지만…그룹 재무 부담 가중
자금경색 상황도 변수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롯데건설에서 시작된 유동성 위기가 일파만파 확산하면서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두 팔을 걷고 전방위 지원에 나서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대처와 관련 ‘급한 불 끄기’에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그룹의 급격한 재무부담 증가와 주주가치 훼손 우려 등 향후 극복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시중 자금시장에서의 ‘돈맥경화’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점도 또다른 부담으로 꼽힌다.

22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최근 일본 미즈호은행으로부터 3000억원에서 31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잠원동 본사 사옥 토지 지분과 건물 177실 등을 담보로 제공했으며, 롯데건설은 대출금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차환 등에 쓸 계획이다.

일본 미즈호은행은 롯데그룹과 오랜 기간 신뢰관계를 쌓아온 곳이다. 과거 호텔롯데나 롯데물산 등도 미즈호은행으로부터 차입금을 확보한 전례가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고 추가로 하나은행에서 2000억원,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서 1500억원 등 총 3500억원을 차입하기로 의결했다.

계열사들의 자금 지원 작업도 속도가 나고 있다. 롯데케미칼(5000억원)·롯데정밀화학(3000억원)에 이어 롯데홈쇼핑(우리홈쇼핑)이 3개월간 단기 차입 형식으로 1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주주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통해 롯데케미칼(875억원)·호텔롯데(861억원)·롯데알미늄(199억원) 등이 2000억원을 수혈한다.

이번 조치와 관련 금투업계 관계자는 “이번 계열사들의 대규모 자금 지원은 롯데건설에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최대한 그룹 내에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롯데건설의 어음 등 차환금액은 총 1조3970억원에 달한다. 이어 12월에는 3472억원, 내년 1분기에 갚아야 할 채무도 1조8696억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롯데그룹의 전반적인 재무 안정성 저하는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6일 롯데케미칼·롯데지주·롯데렌탈·롯데캐피탈의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Negative)로 하향 조정했고, 한국신용평가도 롯데케미칼·롯데지주·롯데쇼핑의 회사채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이 가운데 롯데건설의 최대주주(지분율 43.39%)인 롯데케미칼의 재무 부담이 급격하게 가중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2조7000억원에 달하는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1조1000억원의 주주 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통합 법인으로 출범한 지난 2012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실시하는 유상증자다.

여기에 롯데케미칼 지분은 롯데지주(25.59%), 롯데물산(20%), 일본 롯데홀딩스(9.3%) 등이 가지고 있다. 롯데건설→롯데케미칼→롯데그룹으로 유동성 위기가 전파될 수 있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부진한 업황과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자회사 현금 지원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이벤트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의 전지소재 사업과 관련 노 연구원은 "유기용매 및 양극박 등의 고객사를 확보하고, 전지박 국내 1위 기업과의 수익성 격차가 축소되는 것 등을 확인해야 점진적인 주가 재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동성 위기 해소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계열사 및 금융기관 차입에도 여전히 PF 리스크가 상존한다"며 "현재 인수금융 시장 경색 등을 감안했을 때 (이번 유상증자로) 자금 불확실성의 완전한 해소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 제공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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