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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주택 이하 가구 20% 주거비 과부담...계층탈락 위기감
무주택-1주택자 고금리 직격탄
대출 원리금 상환 등 부담 급증
5가구중 1가구 과다채무 노출
하위계층으로 전락 우려 커져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중산층 무주택자와 1주택자들의 채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원금과 이자 부담이 급증하며 이들의 계층 탈락 위기감 마저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

가파른 금리 인상이 중산층의 계층 탈락 위기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무주택·1주택 중산층 5가구 중 1가구가 주거비 과부담에 노출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빌리거나 사기 위해 받은 대출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매우 커 이들이 중산층에서 하위 계층으로 이탈될 위기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계층 하락이 우려되는 이들 가구는 평균 연령이 낮고 가구원 수도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들 중산층을 타깃으로 한 주택 장기 공급 계획을 차질 없이 수립·이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5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이 통계청의 2021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중산층 1057만가구 중 최소 98만3000가구(9.0%)가 주거비 과부담에 노출돼 있어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계층 하락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무주택 임차 상태에 있는 중산층이 59만2000가구, 거주주택 구입을 위해 대출을 받은 1주택 중산층이 39만1000가구로 각각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우선 무주택 임차가구 296만가구 중 15.1%인 44만8000가구는 소득 대비 임대료(RIR) 비율이 30%를 넘는 임대료 과부담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원리금을 상환하고 있는 192만가구 중 18.0%인 34만6000가구는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이 40%를 넘는 과다 채무 상태로 확인됐는데, 이중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생활에 필수적인 소비지출을 줄이고 있는 가구가 16만8000가구(8.8%)로 집계됐다. 금융 부채가 금융 자산보다 많아 빚을 갚아 원리금 상환액을 줄일 수 없는 가구도 8만2000가구(4.2%) 수준이었다.

중복가구를 제외하면 전체 무주택 임차가구의 약 20%가 주거비 과부담 상태라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특히 이들 가구는 임대료 또는 기존 부채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상황이라 갑작스러운 전월세 보증금 인상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연구원은 꼬집었다.

주택 관련 부채가 있는 1주택 자가가구를 살펴보면 전체 196만가구 가운데 22.2%인 43만6000가구가 과다 채무에 놓여 있었다. 11.9%인 23만3000가구는 소비지출을 줄이고 있었으며 17.8%인 34만9000가구는 금융자산이 부채에 잠식된 한계가구로 파악됐다.

결과적으로 1주택 중산층 자가가구의 약 20%가 자금 조달 여력이 부족해 임차인으로 전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원은 풀이했다. 한계가구의 경우 금리 인상 등으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때 주거비 과부담에서 벗어나는 거의 유일한 길이 주택 자산 매각뿐이라고 봤다.

실체 최근 들어 시장에는 단기로 주택을 처분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의 보유 기간 1년 이하 매도인 비율은 지난해 3분기 7.2%를 기록한 이후 3개 분기 연속 올라 올해 2분기에는 9.9%로 집계됐다. 10명 중 1명꼴로 부동산을 매수한 이후 1년 안에 처분한 셈이다.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자 처분 압박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주거비 과부담으로 계층 하락이 우려되는 중산층 가구는 그렇지 않은 가구에 비해 가구주의 평균 연령이 10살가량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가구원 수도 약 0.2~0.4명 많았다. 청년 가구의 중산층 이탈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의미로 읽힌다.

연구원은 주택 소비 확장기에 있는 젊은 가구가 중장년 가구에 비해 원리금 상환액 혹은 매달 월세가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임에도 무리를 해서 주택을 소비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는 집값이 급등한 지난 2년간 2030세대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과 패닉바잉(공황구매)이 크게 늘어난 결과이기도 하다. 주택 구입 당시 초저금리 환경에서는 이자 부담이 크지 않았으나 국내외 통화 긴축으로 금리가 급등하면서 월 상환 부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금 영끌족의 금융 부담은 앞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최근 8%를 넘어섰으며 연내 9%를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연구원은 소득 증가율을 웃도는 집값 상승률과 치솟는 물가, 늘어나는 가계부채와 대출 상환 부담 등으로 중산층 지위가 약화되며 중산층의 사회경제적 역할도 축소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이 노후 유동성 공급원으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주거비 부담으로 내 집 마련에 실패한 젊은 중산층이 향후 고령 빈곤 계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경애 수석연구원은 “중산층은 자력으로 주택을 마련할 수 있는 계층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공공의 지원이 필요한 지원 대상 계층으로 포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경기 부침과 이슈에 의존하지 않는 중산층 주택 장기 공급 계획을 수립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이행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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