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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경의 현장에서] 가상자산에도 진짜 윤리는 필요하다

“비트코인은 생산적인 자산이 아니며 그 어떤 가치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 그저 속임수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마술에 불과하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일찍부터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 회의론을 펴왔다. 가상자산이 고공행진하던 시기에는 투자의 대가인 그의 말도 시대에 뒤떨어진 가치투자자의 주장쯤으로 무시하는 투자자들이 많았지만 가상자산이 추락한 요즘은 선뜩한 예언이었다며 재조명되고 있다.

버핏의 말대로 가상자산은 내재적 가치가 없고 사용자들이 투자할 만하다고 믿어야 가치가 생긴다. 어떻게 보면 주식, 귀금속 같은 전통 자산들보다도 ‘신뢰’가 더 중요하게 작동하는 시장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 이 신뢰를 한방에 무너뜨린 사건이 발생했다. 한때 세계 3위 규모에 달하던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이다. 기관부터 개인까지 광범위한 투자자들의 자산이 증발할 수 있다는 공포 속에 가상자산 시장은 물론 다른 금융 시장에까지 충격을 주며 ‘코인판 리먼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번 사태는 지난 5월 발생한 테라·루나 사태와도 비견된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시세 조종 혐의를 받는 가운데 해외에서 잠적한 상태고, 뱅크먼-프리드 전 FTX 최고경영자(CEO)는 고객 돈을 빼돌려 계열사를 지원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둘 다 회사 대표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고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함으로써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는 점에서 시장에 큰 배신감을 안겼다.

잇따른 사건은 가상자산 자체에 대한 회의론을 낳고 있다. 조셉 아윱 씨티은행 연구원은 CNBC를 통해 “가상자산 시장은 그 생태계 자체까지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 FTX 파산의 파급력이 얼마나 깊이까지 미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해외 주요국에 비해 규제가 미흡했던 국내에서도 최근 가상자산 입법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시장의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감독·검사를 담당하고 적발 시 재산 몰수·추징, 벌칙 부과 등 권한을 갖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디지털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안심 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법률 제정안’이 발의돼 있다. 그동안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나 투자자들은 규제에 반대했지만 이번 사태로 명분이 줄게 됐다.

투자자들도 이제 한탕주의에서 벗어나 다른 자산군보다 더욱 신중하게 가상자산에 접근해야 한다. ‘돈복사’를 노리고 무분별하게 뛰어들었다가 ‘돈삭제’를 당하게 될 수도 있다. 결국 투자 결과는 판단을 내린 자신의 몫으로 돌아온다.

가상자산 시장에도 진짜 윤리는 필요하다. 가상자산 거래소와 발행기업, 투자자 등 모든 시장 참여자가 최소한의 신의를 지켜야 시장이 유지될 수 있다. 가상자산이 ‘허상’으로 사라지지 않고 ‘자산’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제도 보완과 더불어 자정 작용이 시급하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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