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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출규제 풀려도 DSR 발목...고금리에 ‘내 집’은 언감생심
침체 부동산 시장 반전 역부족
LTV 완화에도 실효성 떨어져
실수요자 매수 유입 쉽지않아
“DSR 완화땐 부실위험 커져”
금융당국 신중행보 이어가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가 실수요자들을 대상으로 주택 관련 대출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주택 수요자들은 여전히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 조치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여전한 탓에 대출 규제 완화 효과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은 “자칫 DSR 규제를 완화했다가는 가계 부실 위험성을 키울 수 있다”며 여전히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대출 규제 완화 효과가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 대출 규제 풀었지만 DSR에 발목= 최근 전세 만기를 앞둔 직장인 임모(36) 씨는 서울 동작구에 봐뒀던 아파트 매매를 포기했다. 최근 아파트 매매가가 20% 가까이 폭락하며 주택 구입을 계획했던 임 씨는 “지금이 내 집 마련 적기”라는 판단을 내렸는데, 정작 주택담보대출 상담을 받아보니 대출 한도가 줄었고, 금리마저 7%를 넘긴 것이다.

임 씨는 “고민 끝에 주택 구입을 포기하고 기존에 살고 있던 아파트의 전세 계약을 다시 하는 쪽으로 결정이 됐다”라며 “뉴스에서 대출 규제가 완화됐다고 해서 알아봤지만, 신용대출을 받아 놓은 탓에 DSR 규제 탓에 대출 한도와 이자에서 큰 손해를 봤다. 그나마도 전세금을 일부 돌려받기로 해서 대출 규모는 줄었는데 매월 상환해야 하는 원리금은 더 늘어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의 아파트를 매매하기 위해 최근 대출 상담을 받은 송모(32) 씨 역시 최근 주택 구입을 포기했다. 지난해부터 생각하고 있던 아파트 가격이 2억원 이상 하락하며 주택 구입을 고민했지만, 최근 급등한 금리 탓에 대출 한도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금리 수준이었으면 4억원 넘게 대출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턱없이 한도가 줄어들었다”라며 “아예 한도가 줄어버리니 주택 구입 계획을 미뤄야 하는 상황이다. 아파트 가격이 내려가도 살 수 없어 아쉽기만 하다”고 했다.

앞서 정부는 부동산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내달 1일부터 무주택자에 대한 LTV 규제는 50%로 일원화되고, 투기과열지구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도 허용키로 했다. 애초 내년부터 완화안이 적용될 예정이었지만, 예상보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심해지자 적용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하지만 DSR 규제가 여전하고 주담대 금리가 급상승한 탓에 대출은 실행으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금리가 치솟고 있어 매수자들이 대출을 많이 내서 집을 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리가 부동산 시장의 블랙홀이자 중력으로 작용하고 있어 금리인상 랠리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거래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부동산 시장 침체에도 금융당국 DSR 규제 완화 신중=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금융당국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DSR 규제 완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자칫 가계부채의 부실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DSR 완화는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 “DSR 규제는 비정상적인 대출 규제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DSR은 갚을 능력만큼 빌리게 하자는 규제인데 금리가 올랐다고 해서 상환 능력이 올라가는 건 아니다”라면서 “DSR 규제는 마지노선으로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구체적인 통계에서도 증명된다. 가령 연소득 7000만원 차주가 40년 만기 주담대(원리금균등분할상환)를 받는다고 할 경우 금리가 연 3%일 때는 DSR 40%를 적용받아 6억5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지만, 금리가 6%로 오르면 4억원 밖에 빌릴 수 없다. 추후 금리가 9%로 오르면 DSR이 무려 53%로 치솟는다. 매달 소득의 절반 이상을 빚 갚는데 써야 하는 셈이다. 남은 소득으로 소득세와 국민연금 등 준조세까지 내고 나면 생활비도 빠듯해진다.

만약 DSR을 50%로 풀어주면 해당 차주는 현재 6% 금리로 5억3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 금리가 9%로 오르면 DSR은 무려 70.1%가 된다. 통상 금융권에서는 DSR이 70%를 초과하는 차주를 원리금과 세금을 내고 나면 최저생계비도 안남는 ‘고위험차주’로 분류한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소득에서 세금 등 의무지출이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DSR 40%는 과도한 규제가 아니다”라며 “40%를 넘어서 대출을 허용해주면 소비 생활, 미래 대비 등이 어려워진다”라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도 “DSR이 더 커져서 소득의 반 이상을 원리금으로 낸다면 은행을 위해서 일하는 ‘약탈적 대출’이 된다”라며 “DSR을 풀었다가 담보가치가 떨어지면 회복이 어렵고, 금융 불안정성이 커지는 등 여러 부작용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도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미국 금리에 종속적인데, 지금 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 경기 침체가 올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지금 DSR을 풀면 오히려 시장 변동에 취약한 계층이 빚을 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우려했다.

김성훈·유오상 기자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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