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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연주의 현장에서] ‘극단적 소비양극화’라는 씁쓸한 트렌드

소비양극화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지만 최근에는 이 앞에 ‘극단적’이라는 수식어가 하나 더 붙는다. 고물가·고금리 시대를 맞아 ‘무지출 챌린지’ 같은 한 푼이라도 더 아끼고자 하는 새로운 절약 유형이 나타난 반면 명품을 구매하려는 대기줄은 여전히 길고, 백화점은 호실적을 기록하는 중이다. 극단적 소비양극화라는 말이 심심찮게 등장하게 된 까닭이다.

해마다 소비트렌드 키워드를 선정해 ‘트렌드 코리아’를 대표 발간하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내년 키워드로 가장 먼저 꼽은 것도 ‘평균 실종(Redistribution of the Average)’이다. 고금리로 인해 일부는 이자 소득이 늘고, 일부는 부채가 늘어나는 등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소비도 중간, 혹은 평균을 찾는 것이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소비 여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만족을 줄 수 있는 확실한 선택을 하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아주 비싸거나, 아주 싼 것만 잘 팔리는 현상도 나온다.

실제로 백화점업계는 피크아웃(Peak out·정점) 우려가 수차례 나왔지만, 매번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며 매출이 상승하는 중이다. 올해 상반기부터 고물가가 유통가의 화두가 되면서 소비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백화점은 그야말로 무풍지대였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과 방역조치 완화로 외부 활동이 다시 늘어나면서, 패션과 뷰티, 스포츠 등의 고마진 상품군의 매출도 급증했다.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가처분 소득이 줄고 있기 때문에 내년은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가 여전히 나오고 있지만 그래도 상황이 나은 편이다. 적어도 백화점에 가면 소비침체의 분위기를 느끼기 힘들다.

반면 장보기를 할 때 온갖 알뜰 비법을 총동원하고 외식도 절제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소기업·소상공인이 주로 운영하는 동네슈퍼나 동네 식당에 가면 소비 침체기를 체감할 수 있다.

편의점만 해도 물가 상승에 덜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기업 본사가 주도하는 대규모 프로모션도 가능하지만 소규모 슈퍼는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소비자들은 온라인상에서 각종 ‘핫딜’ 정보를 공유하고 있고, 온라인 장보기에도 익숙하다. 통계청과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국내 소매 판매액 중 백화점 판매액은 27조6000억원으로 16.4%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반면 같은 기간 슈퍼마켓 및 잡화점 판매액은 34조6000억원으로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연말이 다가왔지만, 이태원 참사 이후 애도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소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벌써 백화점의 트리 장식를 보러 오픈런 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연말을 맞는 기분은 예년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 연말 특수 시즌에도 온기가 도는 곳은 일부에 치우쳐 있겠지만, 모쪼록 연말이라도 온기가 널리 퍼지는 시기가 되기를 바라본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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