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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줄 묶인 기업들...신용등급 대란 오나
신평사들 무더기 강등 예고
정부 대책에도 유동성 불안 여전
올해 하반기 실적부진 반영되면
부동산PF 증권·건설 조정 가능성
재무위험 가중...“줄파산 위험도”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기업들의 자금조달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레고랜드발(發) 유동성 위기가 겹치면서 기업 신용도에 부정적 전망이 가시화되고 있다. 현재 신용등급에는 기업들의 실적과 침체한 자금 조달 상황이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연말 이후에는 무더기 강등 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업어음(CP) 금리와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 격차(스프레드)는 0.84%포인트로 확대됐다. CD 금리는 이날까지 3거래일 연속 3.97%로 동일했으나, CP 금리는 4.81%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CP와 CD의 금리 격차가 커졌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 신용 위험도가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채 투자 위험을 보여주는 지표인 신용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 AA- 3년물 간의 금리 차)도 전날 1.46%를 기록했다. 지난달 23일 정부가 유동성 공급 대책을 내놓은 뒤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양상으로 좀처럼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자금경색 위기를 보여주는 시장의 지표는 명확하지만, 신용등급은 현재의 시장 분위기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신용등급 평가가 후행적으로 이뤄지는 특성상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자금경색과 기업들의 실적 등은 아직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신용평가사 3곳의 올 상반기 신용등급 평가는 대부분 상향 우위를 기록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말 대비 상하향 배율이 0.9에서 1.75로 늘었고, 나이스신용평가도 0.5에서 1.25로 확대됐다. 한국신용평가만 0.7에서 0.6으로 줄었다. 신용등급 상하향 배율은 등급 상향 기업 수를 하향 기업 수로 나눈 값으로 숫자가 클수록 상향조정이 많았다는 뜻이다.

연말이 지나면 현재의 유동성 위기와 기업들의 실적 등이 반영되며 등급 조정폭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현재 자금경색 위기의 진앙이기도 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된 증권사나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신용등급 하락 사태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신평사들도 이들 기업 일부를 워치리스트에 올려놓고 모니터링을 강화 중이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올해 안 좋은 상황 내년까지 이어지면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커질 것”이라며 “지금처럼 자금경색이 심할 경우엔 기간을 짧게 잡고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데 내년 상반기쯤에는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업체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신평사 관계자는 “통상 최근 3년 간의 기업들의 실적과 업황, 미래전망 등을 반영해 등급을 결정한다”며 “코로나 때 증권, 건설, 금융 다 잘 버텨서 내년 상반기까진 비축해둔 체력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중요한 건 3분기 실적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평사의 등급 평가가 과거의 재무실적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만큼 그동안의 기초체력과 당장 3분기 실적에 따라 조정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신용등급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기업은 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지고 재무구조가 악화돼 신용등급 추가하락이라는 악순환에 빠진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들의 자금조달 부담을 증가시킴과 동시에 전반적인 경기침체의 심화를 통해 기업 신용위험이 뚜렷하게 증가할 것”이라며 “높아진 금리환경 속에서 기업파산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권제인 기자

awar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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