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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정위, 플랫폼 독과점규제 법제화 검토...카카오 ‘먹통’에 경쟁여건 살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 ‘먹통’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 독과점을 규율하기 위한 법 개정이나 새로운 법 제정이 필요한지 검토한다. 그러나 국내 시장 상황과 법체계, 토종 기업 육성 필요성 등을 고려하면 새로운 규제를 신설하는 문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아 경쟁 당국인 공정위의 고심이 깊다.

3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현행 공정거래법으로 플랫폼 독과점 문제를 규율하는 데 한계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지침만 마련할 것이 아니라 플랫폼 독과점 행위를 사전에 규율할 수 있는 법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자 “해외 입법례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법제화를 검토해 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혹시 현행 공정거래법으로 규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지, 외국의 법 제도는 어떤지, 그런 규제가 우리나라 시장 상황에서 적절하게 작동할 수 있는지 등을 검토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연말까지 제정하겠다고 발표한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예규)은 플랫폼의 특성에 맞게 독과점 지위 판단 기준과 금지 행위 유형을 구체화한 일종의 공정거래법 해설서로, 새로운 규제를 담고 있지는 않다.

공정위는 이 지침이 현행법을 구체화하는 것인 만큼 구속력이 있다는 입장이지만, 행정사무 처리 기준을 제시하는 행정규칙일 뿐이어서 대외적인 법적 구속력이 없거나 약하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플랫폼의 성장에 걸맞게 새로운 경쟁 규제의 틀을 고민하고 플랫폼의 정의·의무 등을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U와 미국 등 주요국은 새로운 경쟁 규제를 도입했거나 입법을 추진 중이다. EU에서는 게이트키퍼(문지기) 역할을 하는 대형 플랫폼이 자사 서비스 우대·복수 서비스 상품 묶음(번들링)·복수의 서비스에서 수집한 개인정보의 명시적 동의 없는 통합 등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디지털시장법(DMA)이 지난 7월 의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미국에서는 거대 플랫폼으로의 경제력 집중을 견제하기 위한 반독점 패키지(5개 법안)가 작년 6월 하원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일부는 상원에서도 발의돼 올해 1월 법사위를 통과했다. 그러나 EU의 디지털시장법은 구글·메타·애플 등 미국 기업을 주요 타깃으로 하며 자국 플랫폼을 육성하려는 의도도 있는 만큼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네이버, 카카오 등 경쟁력 있는 토종 기업이 있어 강력한 규제로 인한 산업 위축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은 외국 경쟁법보다 규제 범위가 넓어 추가 입법이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플랫폼 규제 신설을 추진하면 윤석열 정부의 ‘자율 규제’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고려 요소다. 배문숙 기자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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