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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심전환대출 확대’ 채권시장 부담 가중
자금경색 시장에 쏟아지는 25조원 MBS
정부의 레고랜드 사태 대책과도 정반대

정부가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을 주택가격 6억원까지 확대하기로 함에 따라, 재원 조달을 위해 발행해야 하는 주택저당증권(MBS)이 기업 자금 조달 시장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 시장이 살얼음판을 걷는 가운데 대상 확대가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 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내달 7일부터 안심전환대출 대상을 확대한 2단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주택가격 기준은 4억원 이하에서 6억원 이하로, 소득 기준은 부부합산 7000만원 이하에서 1억원 이하로 각각 확대된다. 주택가격 기준은 보금자리론과 같고, 소득 기준은 보금자리론(최대 8500만원 이하)보다도 완화된 수준이다. 대출한도도 2억5000만원에서 3억6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이에 신청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안심전환대출은 9월 15일 신청 접수를 시작한 이후 이달 25일까지 3조9000억원이 접수됐다. 공급 목표 25조원에 크게 못미친다. 신청 자격에 제한이 있는데다, 금리 인상이 아직 체감되지 않아 실적이 저조했다. 국회서도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금융위는 일찌감치 대상 확대를 예고해왔다.

문제는 이후 레고랜드 사태 여파가 급격히 퍼지면서 채권 시장 등 곳곳에서 자금 경색이 일어나고 있는데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것이다. 안심전환대출은 시중은행의 변동금리 주담대를 고정금리 정책 주담대로 바꿔주는 것이다. 대출 재원은 MBS를 발행해 조달하는데 25조원이나 되는 대규모 MBS는 가뜩이나 수요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채권 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정부가 레고랜드 사태 수습을 위해 내놓은 ‘50조+알파’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정부가 레고랜드 사태 대응을 위해 국고채 발행도 줄이고,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도 특수금융채 발행을 최소화하라고 주문할 정도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내놓은 대책과는 정반대된다.

대출 신청 3~5개월 후에 MBS가 발행되기 때문에, 내년 1~2월부터 대출 신청 속도에 따라 수개월에 걸쳐 순차적으로 MBS가 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심전환대출을 출시했던 2015년과 2019년에도 2~3개월 전부터 MBS 물량 부담으로 채권 시장 금리가 올랐던 것을 감안하면 조만간 채권 시장에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안심전환대출을 운영하는 주택금융공사는 이달부터 보금자리론 등 다른 대출의 재원을 위한 MBS도 전혀 발행하지 못하고 있다. MBS 금리가 5~6%대로 너무 높아 발행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3~4%대 정책 주담대를 공급하면 역마진이 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MBS는 채권 시장 자금을 우선적으로 잡아먹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다른 회사채 자금을 고갈시키는 요소다”라며 “지금은 기업에 더 많은 자금이 갈 수 있도록 회사채 이외 영역에서는 발행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안심전환대출 확대가) 바람직한 정책이라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 신청 저조가 오히려 정부에는 레고랜드 대응에 융통성을 줄 수 있는 기회였는데, 정부가 섣부르게 대상을 확대하겠다 발표해 대응 수단을 스스로 차단, 시장 변동에 대한 대응력을 약화시켰다”라며 “대상을 확대하더라도 채권 시장을 봐가면서 천천히 할 수 있는데, 여지를 안두고 덜컥 확대 수준을 발표해버렸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되고 있고 한동안 고점에서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내년 말까지는 채권시장 불안이 계속된다고 봐야 한다”라며 “MBS 해외 발행 확대 등을 통해 채권 시장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안심전환대출로 은행이 대출 여력이 생겨 기업 자금 조달 부담이 일정 부분 완화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로 은행 대출채권이 현금 자산으로 전환되면 예대율이 낮아져 그만큼 대출 여력이 생기게 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이날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규제지역의 주담대 담보인정비율(LTV)을 50%로 완화하고,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담대도 LTV 50%로 허용하기로 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과도한 규제를 해제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라며 “총부채상환비율(DTI),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유지가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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