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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人터뷰] 장경호 코스닥협회장 “코스닥이 곧 혁신…규제로 짓누르면 미래 없어”
대기업 수준의 규제 부담 불합리
회계비용과 투명성 강화는 달라
창업과 모험·성장 중요한 코스닥
코스피와 차별화되는 환경 필요
자율·실질적 내부통제 갖추도록
“못하게 말고 잘하도록 격려해야”
장경호 코스닥협회 회장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코스닥협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대담=홍길용 증권부장, 정리=김현경 기자] “대한민국 경제가 지금의 위기를 딛고 재도약하려면 혁신이 필요합니다. 혁신 에너지가 가장 충만한 곳이 코스닥이죠. 그런데 코스닥 기업 활동을 규제로 짓누르고 있어요. 코스닥에는 중소·중견기업들이 많은데 대기업하고 같은 무게의 규제 부담을 감당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장경호 코스닥협회 회장은 20여 년 전 정보기술(IT) 소재라는 첨단 분야에서 창업에 도전해 현재의 이녹스를 일군 입지전적 인물이다.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자본시장과 협업으로 사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 협회장에 취임 이후 난제였던 회계부담 완화를 이끌어내기도 했지만, 여전히 코스닥의 혁신 에너지가 과도한 규제에 짓눌려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헤럴드경제는 장 회장을 만나 코스닥 상장사들의 애로를 들었다.

▶현재 코스닥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과도한 규제다. 기업들은 자금을 조달하고 마케팅, 영업 등에도 도움을 받으려고 상장하는데 막상 시장에 들어오면 규제가 너무 많다. 코스닥의 70~80%는 중소기업 중에서도 소기업이다. 유니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규제보다는 지원이 필요한데 그렇지 못하다.

▶대기업을 주로 염두해 만든 규제가 중소기업에도 일률적으로 적용돼 더 큰 부담을 주는 것 같다.

-입법은 세밀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는 규제관련 법 제·개정을 너무 급하게 한다. 규제 부담은 규모가 작을수록 더 크다. 조 단위 매출을 올리는 대기업에서 비용이 10억원 더 늘어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매출 100억원의 중소기업에게는 엄청난 부담이다. 신외부감사법, 상법, 중대재해처벌법, 가업 승계 가산세 등 개선해야 할 규제가 너무 많다.

▶반대 쪽에선 코스닥 기업의 회계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제기하는데.

-‘코리아 디스카운트’ 얘기를 많이 한다. 회계법인쪽에서는 내부회계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신외감법 한다고 완전히 해소되는 건 아니다. 외부감사 더 오래, 더 비싸게 한다고 예방될 문제들이 아니다. 횡령 사건을 회계 감사로 막을 수는 없다. 기업들에게 단순히 비용을 더 쓰도록 하는 게 아니라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코스닥협회 회장 취임 후 적잖은 규제 개선을 이뤄냈다. 자산 1000억원 미만 소규모 상장사의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가 면제되고 인증 수준도 현행 검토로 유지될 예정이다. 표준감사시간 산정 시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시간도 40% 할증이 폐지된다.

-규제 합리화를 위해 정부 당국 등에 계속 의견을 개진했는데 반영된 부분이 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5년 연속 영업손실’, ‘2년 연속 내부회계관리제도 비적정 의견’ 등이 상장폐지 실질심사 사유에서 삭제돼 상장 유지 요건이 완화되는 성과가 있었다. 협회가 우수한 코스닥 기업을 발굴 및 홍보하기 위해 매년 ‘대한민국코스닥대상’ 시상식을 개최하는데 지난해까지 중소벤처기업부장관상이었다 올해부터 국무총리상으로 격상됐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중소기업 회계부담 합리화 방안’에 대한 평가는

-그동안 상장사들이 지속적으로 부담을 호소했는데 코스닥 기업들의 어려움을 크게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회계 비용이 절감되고,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기업과 감사인 간 허용 행위와 금지 행위에 대해 불명확한 점을 해소해줄 수 있는 ‘실무사례집’과 ‘비조치 의견제도’, 상장기업의 손익 정보가 왜곡되지 않도록 하는 ‘리픽싱 조건부 금융부채 평가손익 정보 주석 공시’와 ‘상장관리 개선 방안’, 회계기준 질의 회신과 감사계약 애로사항 등을 지원하는 ‘중소기업 회계지원센터’의 확대 통합 운용 같은 내용도 포함됐다.

지난 12일에 ‘중소기업 회계지원센터’가 출범했는데 협회도 실무 사례 통합 데이터베이스(DB) 구축, 기업과 감사인 간 갈등 조정 등에서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적극 협조해 코스닥 상장사의 실무를 지원할 계획이다.

▶코스닥의 오랜 숙제가 덩치가 커진 상장사들이 코스피로 이전하는 사례가 계속된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코스닥에 있으면 코스피보다 차별받고 더 저평가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투자자들도 옮기라고 종용하는 측면도 있다. 당근책을 더 제공해주고 역차별 부분을 해소해주면 안 갈 것이다. 벤처기업들은 창업자의 의결권을 일정 수준 보장하는 장치 등을 얘기하기도 한다.

▶같은 값이면 코스닥 보다 코스피가 여러모로 나아 보이는 게 현실이다. 결국 코스닥에 남아 있더라도 코스피로 가는 것보다 불리하지 않아야 하는 게 아닐까?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

-어느 한 사람이나 기관에서 목소리를 높인다고 될 문제는 아니다. 정부 차원에서 코스닥 육성책이 나와야 한다. 기관투자자의 코스닥 투자 확대와 장기 투자자 세제 혜택 등 투자 환경이 개선되고, 경영권 방어 제도 도입 같은 인센티브가 마련돼야 한다. 코스닥시장에만 있는 공시 항목과 투자주의환기종목 제도를 폐지하는 등 시장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양 시장 간 규제 차이를 해소해야 한다.

▶한국거래소가 유망주들만 한데 묶는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네이버, 카카오, 셀트리온 등 코스닥을 대표하던 스타 기업들이 코스피로 이탈해 가는 상황에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의 도입은 코스닥에서 출발해 성장한 우량 기업들에 대한 유인책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

기업 규모별, 성장 단계별 맞춤형 관리가 가능하게 되면서 코스피와 규제 차이가 점차 좁혀질 것으로 본다. 코스닥 우량 기업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유망한 혁신 기업들의 상장이 활성화돼 기관, 외국인 등 중장기 투자자들의 투자 확대로 이어질 수 있었으면 한다. 코스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세계적으로 기술주 시장이라고 하면 나스닥 외에는 성공한 사례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불리한 규제 환경에서도 코스닥이 그동안 비교적 선방해온 것 아닌가. 지난해에는 한때 하루 거래대금이 코스피를 넘어서기도 했다.

-양적으로는 어느 정도 올라왔는데 질적 성장은 앞으로 더 이뤄져야 한다. 소속 기업들의 기술력과 성장성을 본다면 코스닥은 저평가된 국면이라 본다. 코스닥은 코스피와 분명히 차별되는 미래성장형 기술주 중심의 시장이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제조, 통신 등 전통 분야에서 바이오, 인공지능(AI), 2차전지 등 미래 성장 분야로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한 K-진단, K-방역 선도 기업들 가운데도 코스닥 기업이 많다.

코스닥 상장 1600개사 중 적어도 10%는 상당한 혁신 성장을 이뤄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기업들이 시장을 끌고 갈 것이다. 성장에 가속이 붙으면 그런 기업들이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을 잘 받고 지수가 올라가고, 그러면 좋은 기업들이 또 (코스닥으로) 들어오는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다.

▶임기 중 과제나 계획은.

-코스닥협회 일을 한 지 10년 정도 됐는데 협회의 역할과 위상이 점차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기업들의 내부통제 강화와 내부회계관리제도 정비를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 3월 ‘표준준법통제기준’을 만들어 회원사에 배포했고, 올해 중으로 ‘공시‧신고사항 일람표’, ‘내부회계관리제도 실무지침’, ‘부정위험 방지를 위한 내부회계관리제도 개선 실무자료’ 등을 배포할 예정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도 기업가치 제고와 지속성장에 중요하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기업들에 강조하고 있다. ‘코스닥기업의 ESG 자가진단 가이드’를 제공하고, 교육과 설명회 등으로 ESG 경영 도입을 지원할 방침이다.

▶끝으로 다시 한번 정부와 국회 등에 하고 싶은 말은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 지금도 애쓰는 기업인들이 코스닥에 많다. 기업이 열심히 하는 게 가장 기본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정부가 보호할 것은 보호하고, 육성할 것은 육성해야 한다. 공부하는 것보다 사고 안 치는 게 중요하다면 차라리 공부를 안 하는 게 낫다. 코스닥 기업들에 미래가 달렸다고 하면서 덩치가 더 큰 기업들과 똑같이 규제하니 감당이 안 된다. 잘하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못하게 하는 쪽으로 가서는 안된다. 못하게 하는 것은 쉽지만 잘하게 하는 것은 어렵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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