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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창용 “경제손실 막으려면 금리인상 불가피”…1년새 가계 이자부담 33조 늘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헤럴드경제=박자연·성연진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경제 전반의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물가안정을 위한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모두발언에서 “가파른 금리인상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7월에 이어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환율 리스크, 자금 유출 등 외환시장 변동성을 처음 언급한 만큼 대외 변수를 두루 고려한 결과로 해석된다. 기준금리가 지난해 8월 이후 약 1년간 상승을 거듭하며 3%대까지 올라서면서 가계가 짊어져야 할 이자 부담은 33조원 가까이 급격히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총재는 “내년 성장률이 애초 전망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물가상승률이 5~6%대의 높은 수준을 상당기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환율상승으로 상방 리스크가 추가 증대된 점과 환율상승 기대가 자본 유출 압력을 높이고 외환시장의 쏠림현상을 유발하는 등 금융 불안요인으로도 일부 작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볼 때 정책 대응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기준금리를 50bp(베이시스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금통위에선 주상영 위원과 신성환 위원이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11월 인상폭에 대해서는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이 워낙 크고 금통위원 간에도 다양한 견해가 있기에 미 연준의 11월 FOMC 회의, 국제 에너지가격 움직임 등 대외 여건 변화와 그 변화가 국내 물가와 성장 흐름, 금융·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다음번 회의에서의 인상폭과 그 이후의 금리인상 경로 등을 결정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물가오름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러한 정책 대응이 한·미 정책금리 역전폭 확대에 대한 우려를 완화시켜 외환 부문의 안정에도 일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년간 기준금리가 계속 오름에 따라 대출금리가 동반 상승하면서 가계 이자 부담이 대폭 늘고 있다. 실제 지난 1년 새 기준금리는 0.50%에서 3.0%로, 2.50%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은행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 전체 가계 이자 부담은 3조3000억원 늘어난다. 즉 기준금리가 2.50%포인트 뛰면 가계 이자 부담만 33조원이 불어나는 셈이다.

여기에 10월 정점이 예상됐던 물가가 좀처럼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108.93)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6% 올랐다. 상승률은 8월(5.7%)에 이어 두 달 연속 낮아졌지만 5%대 중반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또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은 오히려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근원인플레이션은 8월 4.3% 올랐으나 9월 4.8%로 상승세가 더 가팔라졌다.

빅스텝에 따른 이자 부담과 이에 따른 경기침체 가능성은 또 다른 고민거리다. 기준금리를 너무 빠르게 올리면 이자 부담이 급증하고 체감경기도 나빠져 소비·투자 등 실물 경기가 뚜렷하게 가라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통위도 이날 통화정책방향결정문에서 “국내 경제는 소비가 회복 흐름을 이어갔지만 수출증가율이 낮아지면서 성장세가 둔화됐다”면서 “앞으로 국내 경제는 글로벌 경기둔화, 금리상승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올 성장률은 지난 8월 전망치(2.6%)에 대체로 부합하겠지만 내년은 지난 전망치(2.1%)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가파른 금리상승으로 가계 이자비용은 급증하는데 이를 메워줄 소득의 증가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소비위축, 경기타격이 불가피하다”며 “0.5%포인트 빅스텝이 올해 가계 소비지출 증가율을 0.5%포인트가량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도 “국제 금융시장 전문가들의 관심과 우려가 인플레이션에서 리세션(경기침체)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며 “미국·중국 경기가 둔화하면 우리나라 수출도 줄어들고, 인플레이션 탓에 실질소득이 감소하면 소비도 생각만큼 살아나지 못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6월 “빅스텝은 물가 하나만 보고 결정하는 게 아니다. 물가가 올랐을 때 우리 경기나 환율에 미치는 영향도 봐야 한다”며 “더구나 우리나라의 경우 변동금리부 채권이 많기 때문에 가계 이자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통위원들과 적절한 조합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금통위는 이날 통방문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의 지속 정도, 성장 흐름, 자본 유출입을 비롯한 금융안정 상황,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nature68@heraldcorp.com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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