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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물가·강달러에...내년 금리 최대 4.0% 갈 수 있다
11월엔 ‘더블 빅스텝’ 전망까지
사상초유 5연속 인상으로 물가·환율 방어
한미 금리차 내년 최대 1.0%P 벌어질 수도
환율상승으로 대외의존도 큰 韓경제 부담

한국은행이 석 달 만에 다시 빅스텝 카드를 꺼내며 기준금리를 연 3.0%로 올렸다. 시장에선 금융통화위원회가 11월에도 또다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여전히 5%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고, 원/달러 환율 역시 변동성을 확대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과의 정책금리 역전으로 인한 자본 유출 경계감도 확대되고 있다.

▶물가상승 잡히지 않아...금리 더 올린다=금통위가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포워드가이던스(사전예고 지침)를 깨고 이날 역대 두 번째 빅스텝에 나선 것은, 무엇보다 아직 물가 오름세가 뚜렷하게 꺾이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 정부가 계속해서 ‘10월 물가정점론’을 피력하고 있지만, 농산물 및 석유류 인상분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정점이 그 이후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비자물가지수는 피크를 찍었다고 하는데, 사실 코어 인플레이션(근원 물가)은 올라가고 있다”며 “에너지 가격이나 농산물이나 변동성 큰 것들의 영향은 줄어들지만 국내 서비스 물가라든가 임금이라든가 국내 요인들이 점점 물가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근원물가 상승률은 4.5%로 전월(4.4%)보다 올라 2009년 3월 이후 가장 높았다.

여기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 간 협의체 OPEC+가 원유 감산을 결정하면서 국제 유가도 오를 전망이다. 미국 전략비축유 방출 종료, 동절기 수요 등도 유가의 상방 흐름에 힘을 보태 소비자물가를 밀어올리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도 변수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11일(현지시간) 올해 우리나라 물가 상승률을 종전 4.0%에서 5.5%로 1.5%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5.5% 물가상승률은 정부 전망치(5.2%)를 넘어선 수준이다.

고공행진 하는 물가가 잡히지 않을 경우, ‘물가’를 정책 목표의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는 한은으로선 추가 금리 인상 압박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웃도는 상황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내년 초반까지는 (물가상승률이) 5% 이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11월 ‘더블 빅스텝’에 내년에도 인상...금리 4.0%도 갈 수 있다=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긴축 강도를 높이는 것도 한은이 통화긴축 고삐를 당기는 이유다.

미국은 당장 다음달에도 한꺼번에 정책금리를 0.75%포인트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정책금리 상단이 4.0%로 한은이 11월 빅스텝으로 응수해도 기준금리는 3.50%로 0.50%포인트 미국과 역전된다.

시장에선 이에 한은이 11월 더블 빅스텝은 물론 내년 1분기에도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총재가 물가상승이 1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보탠다.

이에 따라 한은의 기준금리 상단도 3.75%까지 높아졌다. BNP파리바는 한은이 10월과 11월 더블빅스텝에 나선 뒤 내년 1분기까지 금리 인상을 이어가 3.75%까지 기준금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럼에도 미 연준 점도표상 내년 초 금리 상단이 4.5~4.75%가 예상되는 만큼, 한미 금리차는 0.75~1.0%포인트 벌어질 수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4%중반대까지 금리를 높일 것으로 전망되는데, 그렇게 되면 우리도 4%까지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 못한다”고 내다봤다.

▶한미금리차 역전, 환율상승 압박...경기침체 우려 커져=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면 달러가치를 더 높여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불러온다. 대외의존도가 큰 한국경제로선 부담이다. 환율 상승은 원자재나 중간재 등 수입물가를 올리고 이는 소비자물가에 전이된다. 수입물가가 오르는 동시에 반도체 등 주력 수출 품목의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무역수지는 올 들어 300억달러 이상 적자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 적자폭을 기록하고 있다. 수출과 수입의 불균형은 경상수지도 적자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실제 8월 상품수지(수출-수입) 적자가 44억5000만달러 적자로 1980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폭을 기록하면서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섰다.

경상수지 악화는 국내에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아지면서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원/달러 환율 상승의 고리가 우리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단 이야기다.

한은으로선 통화긴축으로 외환시장 불균형을 막아야 할 의무가 더해질 수밖에 없다.

다만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부각된 만큼, 긴축으로 경기가 악화되면 금리 인상 기조는 달라질 수 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내외 경기침체가 명확해지는 상황에서 물가 하락 속도는 한은 생각보다 빠를 것”이라며 “내년 2월 이후 동결 기조로 전환하고, 최종 금리 수준은 3.25% 정도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성연진·박자연 기자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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