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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직하니 대출이자 4%P 더 내라고 하네요” [기준금리 3%시대]
파이어족 대신 월급쟁이 유턴
금리인상에 가산금리…결혼·창업 꿈도 못꿔
“빚 줄이고 현금 보유”...예·적금으로 돈 몰려
14억 집 살때 대출한도 18%↓·금리 1.62%P↑
한은 12일 빅스텝 단행 가능성...부담 더 커져

# 대기업을 다니다 퇴직한 A씨는 최근 잠을 통 자지 못한다. 재직시절 집단신용대출을 통해 대출을 받았는데 만기가 내년으로 다가와서다. A씨는 얼마전 먼저 퇴직한 동료가 은행으로부터 한 번에 2%포인트(p) 금리인상 요구와 대출 한도 축소를 겪은 경험을 직접 목격한 바 있다. 자신의 미래가 걱정돼 은행에 물어봤더니 최근 금리인상까지 겹치며 4%포인트까지 금리가 추가로 뛸 것이라는 답을 받았다.

저금리 시대가 저물면서 그간 부채를 활용해 자산 증식을 꿈꿨던 이들에게 ‘레버리지’의 역습이 닥치고 있다. 금리인상 부메랑은 금융위기를 겪어보지 못한 젊은 ‘영끌족’은 물론이고, 퇴직을 앞두고 있는 세대도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금리 나비효과에 결혼, 이사, 창업 등 각종 대소사 결정은 꿈도 못꾸고 있는 실정이다.

▶퇴직하자마자 대출이자 4%포인트 올랐다…가계 옥죄는 대출=11일 국내 한 시중은행이 금리인상에 따른 대출 가능금액 변경을 분석한 결과, 1년 만에 최근 각종 대출상품의 한도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가 시행 중인 만큼 대출이자가 늘어날 경우 대출 한도가 이에 따라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살펴보자. 1년 전인 10월 7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에 있는 디큐브시티 35평(전용면적 84.96㎡)을 매매가 14억원에 산 사람이 있다면 해당 차주는 금리 3.33%로 대출 4억6000만원(30년 분할상환, 원리금 균등 방식, 신규 취급액 코픽스 6개월 연동 기준, 신용등급 3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해도 차주가 받을 수 있는 대출 가능금액은 3억8000만원으로, 대출 한도가 1년 새 약 18%가 급감했다. 뿐만 아니라 대출금리는 4.95%로, 1.62%포인트가 뛴다. A씨 사례처럼 대기업을 다니면서 집단신용대출을 통해 저리로 자금을 조달해왔다면 그 체감폭은 더욱 커진다. 일반대출로 전환된 것도 모자라 가산금리까지 떠안아야 한다. 직장을 그만두면서 월수입이 줄어드는 건 더욱 치명적이다.

은행 관계자는 “집단신용대출인 경우 사업자에 따라 승인 금리가 달라지긴 하지만 1년 시장금리(MOR)만 봐도 지난해 10월 대비 거의 3%포인트가 올랐다”며 “동일 상품으로 만기를 연장해도 지표금리 변동분 반영에 따라 최소 3%p가 뛸 텐데 퇴사로 인해 가산금리가 추가될 경우 그보다 훨씬 감당해야 하는 이자가 큰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상황이 급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 이후 7차례에 걸쳐 1년 만에 2.5% 수준으로 올라섰다. 시장에서는 오는 12일 한국은행이 빅스텝(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것)을 단행해 기준금리 3% 시대가 열릴 것을 점치고 있다. 미국이 물가를 잡기 전까지 긴축을 끝내지 않겠다고 공식화한 만큼 금리상승이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다.

▶예·적금으로 몰리는 돈…“빚 줄이고, 현금 보유가 최선”=기존 차주들은 빚갚기가 빠듯해지고, 신규 차주들은 대출할 여력이 없어지면서 자산 지형도도 바뀌고 있다. 한창 인기를 끌던 젊은 층으로부터 주식, 코인이나 아파트 매입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오히려 현금을 쥐고 있거나 직장을 다니는 게 중요해지는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는 얘기다. 각종 재테크 카페, 커뮤니티에서도 주식 등이 아닌 예적금과 대출상환을 놓고 양자택일을 고민하는 경우가 부쩍 늘어났다.

그도 그럴 것이 금리인상으로 주가는 곤두박질치면서 코스피지수는 2200선에서 움직이고 있고, 비트코인 시세도 최근 2700만원대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30대의 아파트 매입은 올 1~8월 사이 4150건으로, 2019년 통계 공개 이후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예·적금에 대한 인기는 날로 늘고 있다. 5대 시중은행 합산 결과, 20대 고객의 정기 예적금 잔액은 8월 말 기준 15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말(11조4411억원) 대비 약 38%포인트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 연령대 정기 예적금 잔액 또한 11%포인트 증가한 상태다.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자산가 또한 예금, 달러 중심으로 자산을 불려가고 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자산가들의 경우 대출 문의보다는 달러의 향방이나 예금, 채권에 대한 문의가 많은 편”이라며 “빚을 낸 차주들은 빚을 줄이면서 대환 타이밍을 보는 게 제일 중요해지고, 자산가들은 예적금을 활용한 안전자산 선호가 더욱 깊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정은·김광우 기자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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