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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일만 되면 눈치게임 시작…답없는 예대금리차 공시 [서정은 기자의 나·알·아]
울며 겨자먹기 공시
뒤에서는 “공시 믿어선 안돼”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정보 줄 수 있나 여전한 의구심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내일 공시 보면 저희 은행이 순위가 아마 높을 것 같은데, 그게 사실은요…”

은행 이자마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예금금리간 차이) 공시 도입이 두 달이 넘었지만 여전히 논란 한가운데 있다. 은행들은 공시 하루 전인 19일부터 각 언론사에 “이번달 공시에도 문제가 있다”며 사전 작업에 한창이다. 당국에 숫자를 보고해놓고, 뒤에선 이를 전면 부정하는 셈이다.

은행의 이런 행태가 이해가 안가지만, 이들 나름대로 사연은 있다. 예대금리차 첫 공시가 이뤄졌던 지난 7월 신한은행은 5대 시중은행 중 예대금리차가 가장 컸다.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신한은행이 엄청난 이자마진을 거두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정책상품을 적극적으로 취급하면서 대출금리가 높게 나타난 탓이다.

전북은행의 경우 가계 예대금리차가 6%포인트(p)로 더욱 압도적이었다. 이 또한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중저신용자들을 고객으로 확보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전문은행들도 비슷한 오해를 사긴 마찬가지다.

왜곡된 수치를 제공한다는 비판에 당국은 다음달 공시에 곧장 햇살론, 사잇돌대출 등 정책대출을 제외한 대출금리를 추가했다. 하지만 이번엔 또 다른 문제가 터졌다. NH농협은행이 낮은 가계대출, 높은 예금금리를 제공하면서도 시중은행 중 1위를 한 것이다. 특수은행 성격상 단기 정부자금 비중이 높은데 이 때 정부자금이 들어온 탓이다. 현 상태대로라면 NH농협은행은 앞으로도 상위권 독식이 불보듯 뻔하다. 영업 기반이 제한적인 지방은행은 두 달째 이같은 상황을 겪고 나서는 “잘못된 공시 시스템을 만들어 우리 영업 근간을 다 흔들셈이냐”고 토로하기까지 한다.

가장 큰 문제는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공시가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은만큼 당국 입장에서는 전면 재검토를 선택하기 어렵다. 공시를 중단하자니 무리하게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이를 놔두자니 은행들은 매월 불평을 쏟아낼게 불보듯 뻔하다. 당국과 은행연합회는 매월 피드백을 듣고 있지만, 현 공시체제를 당분간 유지할 수 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공시 개편을 머뭇거리는 사이 금융 소비자가 제대로 된 정보를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은행들은 예대금리차를 줄이기 위해 금리 조정에 나서고 있다. 단기간에야 반짝 효과가 있지만, 인위적인 조정은 결국 대출금리 인상으로 나올 수 밖에 없다. 초반에는 경쟁적으로 예대금리차를 좁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담합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분위기다.

심지어 공시 기준을 둘러싼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가계 예대금리차를 ‘가계대출금리-저축성수신금리’로 공시하는데, 가계예대금리차 산출 기준을 ‘가계대출금리-가계수신금리’로 바꿔야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매월 은행들의 해명을 들어주다 ‘누더기 공시’가 되는 걸 피하려면 일정부분 공시 시스템 정비가 불가피하다는게 중론이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려면 조금 더 정교한 방식의 공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며 “현 상황에서는 오히려 고객들에게 잘못된 정보만 줘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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