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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창용 한은 총재 “전제조건 바뀌었다” 빅스텝 시사

[헤럴드경제=성연진·김광우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나서면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재 미국의 정책금리는 3.00~3.25%로 한국의 기준금리 2.5%보다 상단이 0.75%포인트 높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21일(현지시간)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며, 정책금리를 3.00~3.25%로 올렸다. 이에 따라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가치가 큰 폭으로 오르며 원/달러 환율이 13년 6개월만에 1400원을 돌파했다.[연합]

美 자이언트 스텝...이창용 “전제조건 바뀌었다”

당장 22일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이다. 한은은 앞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할 뜻을 밝혔는데,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인상의 전제 조건이 많이 바뀌었다”며 다음 달 빅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 회의 직후 "0.25%포인트 인상 기조가 아직 유효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난 수 개월간 드린 포워드가이던스(사전예고지침)에는 전제조건이 있다"며 "포워드가이던스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최종금리에 대한 시장 기대가 오늘 새벽 파월 의장이 얘기했듯 4% 수준 그 이상으로 상당폭 높아진 것이다. 우리(한은)는 4%에서 안정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기대가 많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그는 "다음달 금통위까지 2∼3주 시간 있는 만큼 금통위원들과 함께 이런 전제조건 변화가 성장 흐름, 외환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기준금리 인상 폭과 시기 등을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총재는 "환율이 물가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이를 잡기 위해 어떤 정책을 해야 하는지가 (한은의) 큰 의무"라고 말했다.

이는 수입 물가를 부추기는 환율 상승도 앞으로 통화정책 방향 결정 과정에서 주요 변수로 고려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미래 금리 전망을 확인할 수 있는 이번 점도표에 따르면 위원들은 올해 말 4.4%, 내년 4.4~4.9%까지 금리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이 두 차례 남은 금통위에서 0.25%포인트씩 점진적 인상을 유지하게 되면, 올 연말 금리차는 최대 1.4%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금융당국 수장들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 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연합]

고물가·고금리·고환율...성장 어렵다

한은이 금리 인상 폭을 넓힐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환율 때문이다.

금리는 ‘돈의 가치’나 다름 없기 때문에, 한미간 금리 역전은 달러 대비 원화가치를 끌어내릴 가능성이 크다. 대외경제 의존도가 큰 한국경제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게다가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자극해 통화정책 목표인 물가안정마저 훼손시킬 수 있다.

지난달 수입 물가(원화 기준) 1년 전보다 22.9%가 올랐다. 한은으로선 물가안정이란 통화정책 목표를 위해서도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수 밖에 없다.

이 총재는 지난달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은은 미국 연준으로부터 독립적이지 않고, 미국보다 먼저 금리인상을 종료하긴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내수 위축 가능성이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2분기 이후 ‘민간소비’에 성장을 기대고 있는 한국 경제는, 이자부담으로 소비가 살아나지 못하면 성장마저 주저앉을 수 있다.

이 같은 우려는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주요국이 모두 강도높은 긴축에 나서면서,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진 때문도 있다. 한은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경기 침체로 글로벌 수요가 둔화하면, 수출 무역 경로를 통해 국내 수요도 둔화한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수출은 이미 둔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들어 현재(20일 기준)까지 누계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292억1300만 달러로,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외환위기였던 1997년 5월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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