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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성문 내면 ‘도박빚’도 탕감?”…문턱 낮은 개인회생제도 논란
“사행성 채무 감면은 부적절” 지적
“면책 통해 정상 경제활동” 반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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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A씨는 도박 및 가상화폐 투자로 7000만원의 빚을 떠안았다. 상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A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법원은 두 달간의 재판 끝에 채무 원금의 50%인 3500만원만을 청산하라고 판결했다. 담당변호사는 “애초 법원이 채무 전액을 변제하라고 권고했지만 도박상담센터의 상담확인서와 반성문을 제출한 끝에 법원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대출 원금을 탕감해주는 새출발기금정책을 발표한 이후 성실 차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가고 있는 가운데 도박 빚을 가진 채무자도 반성문 등으로 채무를 감면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개인회생제도의 문턱을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무자회생법은 파산의 면책 불허가 사유 중 하나로 ‘도박 등 사행성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회생은 면책 불허가 사유에 해당 조항이 없어 도박 빚도 면책될 수 있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개인회생에는 도박 빚에 따른 비면책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도박 빚이 개인회생의 신청 기각 사유로는 작용할 수 있지만 이는 개별 재판 사항”이라고 말했다.

물론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남은 채무에 대한 변제 책임을 면제받는 개인파산과 달리 개인회생은 3년에서 5년간 소득을 창출해 채무를 갚아야 한다. 그러나 정해진 기간, 일정한 금액을 갚으면 나머지 채무에 대해서는 면제받을 수 있다. 원금의 경우 최대 90%, 이자는 100%까지 면책이 가능하다.

▶“반성문 내면 도박 빚도 탕감?”…코인투자도 ‘갚을 돈 제외’ 논란=한 회생 및 파산 전문 변호사는 “도박 빚으로 인해 개인회생 절차를 신청한 사람 중 기각된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사행성 채무의 경우 변제율이 높아질 수는 있지만 도박치료확인서 등 서류와 함께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면 어느 정도 조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도박 빚 탕감’ 후기를 홍보하며 고객을 모으는 법률사무소도 다수다.

개인회생제도가 도박뿐만 아니라 청년층의 ‘빚투’를 조장한다는 논란도 있다. 지난 6월 서울회생법원은 개인회생이 승인된 채무자의 변제금 산정 시 가상화폐 투자손실금을 제외하기로 발표했다. 이와 함께 20대의 개인회생 신청 건수 또한 증가세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대 월평균 개인회생 신청자는 ▷2020년 926명 ▷2021년 992명 ▷2022년 1048명(1~5월)으로 늘었다.

▶사행성 채무 감면은 부적절 vs 면책으로 정상 경제활동 도와야=개인회생제도의 문턱을 좀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환 능력이 아예 없는 채무자라면 ‘빚투’로 인한 탕감까지는 고려할 수 있겠으나 도박 빚 등 사행성 채무는 별도로 처리해야 한다”며 “투자와 달리 합법적 범위가 아닌 도박이나 사행성 행위에 따른 채무를 감면해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행 개인회생제도의 취지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현근 한국회생파산변호사회장은 “채무자회생법의 취지 자체가 빚을 지게 된 원인과 결론을 분리하는 것”이라며 “채무 초과 상태로 빚 갚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이들을 면책을 통해 정상적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할 경우 장기적으로 세수 창출 등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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