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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칼럼] 위기시대 핀테크의 역할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파이터로 변신하며 유동성 조이기에 돌입하면서 금융위기 이후 팬데믹 기간까지 이어져 온 유례 없는 이지머니의 시대는 종언을 고하고 있다. 그 여파는 우리 경제에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계대출 금리와 인플레이션은 월급쟁이들의 지갑을 조용히 약탈하고 있다. 부동산, 주식, 코인 등 거의 모든 자산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가계 자산관리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경기 호황기에는 모든 계층에 금융 서비스의 접근성이 높다. 낮은 이자에 대출을 받기도 쉽고, 대출을 받아 투자한 부동산은 하루가 멀다 하고 신고가를 찍던 시절이 바로 엊그제다. 그러나 이제 금융소비자들은 완전히 다른 환경을 마주하고 있다. 경기침체는 항상 취약층을 힘들게 한다. 이자부담은 커지고 자산가치는 추락하는데 대처방안도 마땅치 않다.

이런 대혼돈의 시대에 금융소비자들이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게 핀테크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핀테크의 금융상품 비교 추천은 금융회사와 소비자 간에 존재하는 정보비대칭과 이해상충을 해소하면서 소비자의 이익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실제로 대출 비교 플랫폼 ‘핀다’에서 제공하는 대환대출 서비스 이용고객들은 평균적으로 금리를 3.80% 낮추고 대출 한도를 약 1360만원 더 받는 편익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일찌감치 금융권과 상생협력을 추진해오고 있는 네이버파이낸셜은 일부 지방은행과 손잡고 저소득·저신용 사업자에게 무담보 신용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단골고객 비중, 반품률 등 비금융데이터를 적극 활용했다. 대안신용평가의 발전은 신파일러와 금융소외계층도 양질의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돕고 있다.

자산관리 분야에서 로보어드바이저는 하락장에서도 투자자들을 위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올 상반기 나스닥지수가 22% 하락하는 동안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의 간판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핀트’는 해외 적극투자형에서 나스닥지수 하락률의 10분의 1에 불과한 하락률로 선방하면서 그 유용성을 입증했다.

하지만 까다로운 국내 금융환경 속에서도 잠재력을 입증해 온 핀테크가 금융소비자의 후생 증진에 더 크게 기여하기 위해서는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다.

최근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 활성화 시도는 환영할 일이다. 다만 편리하고 실효성 있는 비교 추천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플랫폼에서 상담, 추천부터 가입까지 이뤄지는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규제가 설계돼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온라인 금융상품 중개업 라이선스의 신속한 제도화가 필요하다. 기존 금융업의 업무 영역을 세분화해 핀테크에 다양한 스몰라이선스를 허용하고, AI를 활용한 업무 범위를 과감히 확대할 필요도 있다. 예를 들어 투자중개업을 단계적으로 핀테크에 개방하고, 로보어드바이저의 운용 범위를 퇴직연금까지 확대한다면 국민의 자산관리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데이터 인프라 확충도 중요한 과제다. 최선의 맞춤형 금융 설계가 가능하도록 마이데이터 정보 제공 항목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출정보를 집적해 공유하는 대출정보 인프라도 신속히 구축돼야 한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금융회사들과 핀테크가 협력하면서 금융소비자의 후생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서비스를 더 많이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핀테크 혁신을 위해 필요한 제도와 규제도 적시에 뒷받침돼준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다.

장성원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사무처장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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