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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경의 현장에서] 근본대책·대선공약 빠진 물적분할 개선

“어차피 또 쪼개기 상장할 텐데 물적 분할 자체를 아예 없앴으면 좋겠다.”

국내법상 물적 분할도, 분할 후 자회사 상장도 불법이 아니지만 개인투자자 사이에선 이 같은 원성이 나온다. 기업의 성장성을 믿고 투자했는데 핵심 사업부의 쪼개기 상장으로 보유했던 주식의 가치가 갑자기 떨어져 피해를 본 개인주주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 당국은 최근 ‘물적 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물적 분할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고, 물적 분할 이후 5년 이내 자회사를 상장하려는 경우 상장 심사를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근본적 대책이 되지 못할뿐더러 대통령의 공약과도 다르다는 지적이다.

개인투자자들은 기존 모회사의 주식매수청구권보다 분할 자회사의 신주 우선배정을 원했지만 당국의 방안에 신주 우선배정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신주인수권 부여를 언급해 기대를 높였지만 취임 후 실제로 나온 대책에서는 빠졌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실망감은 더욱 크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가치를 보고 투자한 만큼 주식을 어쩔 수 없이 청산하기보다는 계속 보유하길 원한다. 신주 우선 배정이 빠진 게 아쉬운 이유다. 독일 다임러는 다임러트럭을 물적 분할해 상장할 때 다임러트럭의 신주 65%를 모회사 지분율에 따라 배분해 주주들의 환영을 받았다.

당국이 제시한 주식매수청구권도 가격 산정 방식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때 매수 가격은 주주와 기업 간 협의로 결정하고, 협의가 되지 않을 경우 이사회 결의 전 시장가격을 적용한다. 그래도 협의가 안 되면 법원에 매수 가격 결정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 물적 분할 소문만 돌아도 주가가 이미 급락하고 시가는 얼마든지 왜곡될 수 있어 기존 주주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따라서 기업의 자산 가치를 전문가들이 평가해 산정한 공정가격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물적 분할은 지배주주에게는 아주 좋은 약이지만 일반 소액 주주에게는 독약”이라며 “이번 방안은 기업의 반발과 성난 민심의 미지근한 절충안 같다. 근본적 대책이 빠져 보여주기식 행정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물적 분할은 자회사 상장 때문에 국내에서 유독 민감한 이슈가 되고 있다. 이는 기업 지배구조와 직결된 문제며 지배구조는 한국 증시의 저평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고질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기업이 성장하고 증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개인투자자들이 신뢰를 갖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 투자자들은 당국의 발표에도 여전히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발의한 신주 우선 배정 법안의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당국에서도 개인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추가 대책 마련을 고심해야 할 때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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