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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물가 속 짙어지는 소비침체…MB 땐 완전 회복 반년 이상 걸려
공공요금·외식·가공식품 등 줄인상 예고
물가상승률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5% 후반대
소비위축 불가피…역대 최초로 5개월 연속 소비 감소
MB 고물가 시절에도 회복 더뎌, 내년 중순에나 기대
2일 서울 시내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를 기록하며 7개월 만에 상승세가 둔화했다. 그러나 채소를 비롯한 농산물과 외식 등 개인서비스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공공요금이 인상과 함께 외식·가공식품 물가도 줄인상이 예고되면서 소비침체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상승폭을 소폭 줄였지만, 여전히 5% 후반대다. 이명박 정부 때도 물가가 정점을 찍은 후 소비가 3개월 연속 하락했는데, 이번엔 그 파고가 더 길어졌고 회복도 더딜 전망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62(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5.7% 상승했다. 국제유가 하락 영향으로 석유류 오름폭은 둔화했지만 전년동월대비로 보면 상승폭이 둔화한 수준에 그친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같은달과 비교해 8.5%로 여전히 높다. 경유는 30.4%다. 수입쇠고기(19.9%)와 돼지고기(3.8%)도 마찬가지다. 배추(78.0%), 오이(69.2%) 파(48.9%) 등 채소류도 큰 폭으로 올랐다.

외식비 상승률은 8.8%로 1992년 10월(8.8%) 이후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형 프랜차이즈와 음식점들이 계속해서 주요 메뉴의 가격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농축수산물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외식업계도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달 25일부터 68개 메뉴의 가격을 평균 4.8% 인상했다. 지난 2월에도 가격을 평균 2.8% 올렸는데, 6개월 만에 또다시 가격을 올렸다.

라면 가격도 오른다. 농심은 오는 15일부터 라면 26개 제품에 대한 출고 가격을 평균 11.3% 인상할 방침이다. 지난해 8월 이후 약 1년 만에 또다시 제품 가격을 올린다.

공공요금도 줄지어 인상될 예정이다. 올들어 지난 4월과 7월에 두 차례 인상됐던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은 오는 10월에 또다시 동반 인상된다. 택시 기본요금도 3년여 만에 20% 이상 오를 전망이다. 서울시는 최근 서울의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현행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심야 승차난 해소를 위한 택시요금 조정계획(안) 의견청취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중국 방역조치, 주요국 긴축 전환에 따른 금융여건 악화 등으로 세계경제 둔화 우려가 있어 국제유가 급등세가 누그러지는 모습”이라면서도 “OPEC+의 감산 가능성,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양상 등에 따라 국제유가 및 곡물가격 상승세 둔화가 반전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번 고물가의 정점이 9~10월로 예상돼 당분간 5~6%대 물가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밥상물가를 중심으로 서민고통이 계속될 수 있다. 1~8월까지 물가상승률 평균은 이미 4.95%다. 연간 물가가 5%를 넘으면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7.5%) 이후 24년만의 최고치가 된다.

고물가 속 소비는 1995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5개월 연속 감소했다. 고물가 상황은 고금리 기조와 연계돼 앞으로 소비심리를 더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미국 당국은 당분간 금리인상을 계속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고, 우리나라 통화당국도 이에 발맞추는 모양새다. 실제로 미래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7월 하락 전환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0.3% 감소했다. 3월 -0.7%를 시작으로 소비는 계속 후퇴하고 있다. 4월엔 -0.3%, 5월 -0.1%, 6월 1.0%를 나타냈다.

전월비가 계속 감소하면서 6월부터는 전년동월비도 마이너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같은달과 비교했을 때 조차도 소비 수준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7월 소매판매는 전년동월대비 1.9% 감소했다. 6월엔 -1.5%였다.

앞으로도 물가 측면에서 소비 하방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 이미 5개월 연속 소비가 하락해 낙폭이 작아지거나 일부 상승세로 전환할 수는 있어도 완전한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반추하면 이명박 정부 때도 물가 정점 직후 소비가 상당기간 감소했다. MB 정부 시절 물가 정점은 2008년 3분기였다. 정확히 말하면 7월 5.9%를 정점으로 감소 전환했다.

소비는 2개월 뒤인 9월부터 감소세로 들어섰다. 2008년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 연속으로 전월비 소비가 떨어졌다. 9월 -2.1%, 10월 -1.4%, 11월 -1.0%를 기록했다. MB 정부 내에서 가장 소비가 안 좋았던 때도 2008년 11월(77.2)이다. 완연한 회복세는 그다음 해인 중순에나 시작됐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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