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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경제 바이오포럼]“성공적 기술수출, 단기간 아닌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사노피와 1조원대 빅딜 경험 공유
“차별화된 기술로 후보물질 만드니 빅파마들이 먼저 관심”
서울 중구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지난 30일 열린 '2022 헤럴드경제 제약·바이오포럼'에서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자사 성공경험을 발표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사노피와의 1조원대 기술수출은 단기간에 이뤄낸 성과가 아닙니다. 2021년부터 본격적인 기술이전 논의를 시작했지만 훨씬 이전부터 우리 기술을 수출할 수 있는 장기전략을 세웠기에 가능했습니다.”

지난 1월 이중항체 전문기업 에이비엘바이오(대표 이상훈)는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와의 공동개발 및 기술이전계약 체결 소식을 전했다. 계약 조건은 계약금 7500만달러(900억원)에 임상, 허가, 상업화 등 성공에 따른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단기 기술료 4500만달러(540억원)를 포함 최대 9억8500만달러(1조1820억원)에 이르는 빅딜이었다. 올해 이뤄진 기술수출 계약 중 가장 큰 금액이며 역대 기술이전 사례 중에서도 상위권에 드는 규모다.

이는 에이비엘바이오가 개발한 ‘그랩바디-B’라는 플랫폼 기술 덕분. 그랩바디-B는 다양한 중추신경계(CNS) 질병에 대해 치료제의 혈액뇌관문(BBB) 침투를 극대화시켜 치료 효과를 높인다. 이번에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ABL301’은 파킨슨병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다.

‘2022 헤럴드경제 제약·바이오 포럼’에서 ‘성공적인 기술수출, 우리는 이렇게 준비했다’를 주제로 발표를 한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가 개발되는 상황에서 혁신적인 기술로 차별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약이 뇌로 전달되려면 약효가 오래 지속되도록 반감기가 길어야 한다. 이중항체가 단일항체보다 10배 정도 약이 많이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개발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에이비엘은 BBB 투과율을 확인하기 위해 인간과 가장 가까운 원숭이 시험을 했다. 이 대표는 “임상시험계획승인(IND)을 위해 76마리 원숭이로 실험을 진행해 효과를 확인했다. 보통 30마리 정도로 진행하는 동물실험에서 우리는 차별성을 입증했다”고 소개했다.

이렇게 완벽한 준비로 기술수출 논의를 했지만 글로벌 빅파마는 까다로운 검증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계약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8월까지 2차 실사를 잘 마쳤는데 사노피가 자체 실험을 통해 효과에 의문을 나타내며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을 것처럼 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우리의 데이터를 보다 업데이트하고 긴밀하게 협의하며 결국 지난 1월 빅딜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며 “기술수출에는 1%의 확률로도 안 될 가능성이 있다. 이 1%의 허들을 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에이비엘은 앞으로도 꾸준한 기술이전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새로운 기술 개발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비즈니스모델로 삼고 있다.

이 대표는 “올 해 4/4분기에는 흑자전환이 예상되는데 무상증자 한 번 없이 기술이전만을 통해 흑자로 전환한 곳은 우리가 유일하지 않을까 한다”며 “다른 기업들도 계약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딜을 하는게 필요하다. 계약금이 클수록 현재 그 물질의 가치가 크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현실적으로 우리 기업들이 임상 3상까지 자체적으로 마치기에는 시간, 비용적인 면에서 어렵다”며 “사이언스(과학)만 좋으면 물질을 팔기는 쉽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명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인규 기자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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