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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창용 "양적완화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 신흥국에 리스크 커"
잭슨홀 패널 토론 참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준금리 인상 등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행된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신흥국과 소규모 개방경제에는 더이상 이상적이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7일(현지시간) 미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 세션(The Outlook for Policy Post-Pandemic)에 패널 토론자로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여기서 비전통적 통화정책이란 양적완화(QE) 및 미래의 정책 경로에 대한 정성적인 또는 특정 시기나 임계치에 기반한 비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를 의미한다.

이날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신흥국 및 소규모개방경제에 대한 교훈'으로 발표를 진행한 이 총재는 다수의 연구를 인용하며 "선진국의 비전통적인 정책은 대체로 장기금리를 낮추고 경기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신흥국 또한 코로나19 기간 비전통적인 정책을 채택했고, 선진국에서와 마찬가지로 긍정적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신흥국에서 금기시되어온 국채 직접 인수 등을 동원하여 대규모의 확장적 통화정책 및 재정정책을 폈음에도 불구하고 통화가치 하락이나 자본 유출의 발생 없이 금융시장이 안정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성공적이라 평가받아온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은 약점 또한 분명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포워드가이던스의 적용 조건 및 기간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이 과도하게 단순화 됐다는 점 ▷시장의 불확실성 과소평가로 인해 중앙은행 출구전략 마련이 어렵다는 점 ▷시장 왜곡으로 인한 재정 운용 방만 ▷신뢰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로 중앙은행이 기존 포워드가이던스를 고수하려 한다는 점 등을 약점으로 들었다. 그러면서 "최근 저인플레이션에서 고인플레이션으로의 전환과정에서 중앙은행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이러한 경직성으로 인해 정책전환을 미루어 온 것에 일부 기인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향후 신흥국이 홀로 저성장 및 저물가 위험에 직면해 유사한 비전통적 정책을 시행할 경우 코로나19처럼 성공적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 물론 중국, 태국과 같은 아시아 신흥국의 급속한 고령화를 고려하면 이들 국가가 장래에 저물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면서 "출구전략의 유연성을 크게 제약하는 비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가 신흥국의 이상적인 정책수단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신흥국에서 비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가 원활히 사용되기 어려운 이유로 구조적 요인을 꼽았다. 우선 비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가 성공적이려면 중앙은행이 발표한 정책경로의 이행이 실현가능하다고 믿을 수 있고, 중앙은행의 정책목표에도 부합해야 하는데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투기적 공격 등 부작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우위 우려 역시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이 총재는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의 사례를 들며 "199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정부부채의 주요 원인이 흔히 언급되는 것처럼 경기부양 목적의 정부지출이 아니라 고령화 및 복지와 관련된 지출이었다"면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경제에서는 '일시적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지만 장기적으로는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이 쉽게 신뢰를 얻기는 어렵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총재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대안으로 복수의 시나리오를 상정하는 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 즉 시나리오에 기반한 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를 제안했다. 이는 불확실성을 인정하면서 포워드가이던스를 하는 것이다. 그는 "저인플레이션 국면에서 고인플레이션 국면으로 넘어가는 최근의 이행과정에서 보다 유연하게 정책대응을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나리오 기반 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 예로 이 총재는 최근 한은이 통화정책을 결정하면서 내놓은 일련의 과정들을 설명했다. 이 총재는 "한은은 7월 금리인상을 결정하며 공식 의결문에는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와 같은 정성적 문구만 포함하기로 한 반면,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물가 흐름이 현재 우리가 전망하고 있는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리를 당분간 25bp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와 같은 보다 구체적인 포워드가이던스를 제시했다"고 전했다. 일종의 절충안을 사용한 셈이다. 그는 "이러한 접근은 시장이 원하는 최소한의 포워드가이던스를 제공하면서도 향후 통화정책 운용상의 신축성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발표를 마무리지으며 "비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는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도가 불충분하고, 재정우위, 부채 지속가능성 및 통화가치 하락에 미치는 영향도 더 크기 때문에 선진국에 비해 신흥국에서 리스크가 훨씬 큰 정책이라 생각한다"며 "신흥국들은 앞으로 시나리오 기반의 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와 같은 보다 정교한 정책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며 지금과 같은 때야 말로 이를 위해 투자해야할 시기"라고 당부했다.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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