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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거비 아깝고, 월급 있어도 용돈 받아"…'소비도 투자도 내 멋대로' Z세대
기성세대와는 다른 Z세대 금융생활
‘저축’보다 ‘소비와 투자’의 중요도 높게 평가
여가비 등 취미에는 돈 아끼지 않아
투자는 Z세대의 주류 문화
부모 용돈 받는 Z세대도 셋 중 하나
‘내 집 마련’은 꿈같은 이야기
[헤럴드DB]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돈’의 흐름도 시대에 따라 바뀌기 마련이다. 소비와 투자를 비롯한 Z세대(1995년생부터 2003년생)의 금융생활은 기존의 통념을 보란 듯이 뒤집고 있다.

헤럴드경제가 95년생 이하 직장인 Z세대 100명을 대상으로 금융생활 전반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에서도 Z세대는 기성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돈을 소비·투자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저축은 미덕이 아니다. ‘저축의 중요성’은 ‘소비의 중요성’과 ‘투자의 중요성’으로 탈바꿈했다. 취직과 함께 경제적 독립이 따라오던 이전과는 달리 소득이 있음에도 부모의 용돈을 받는 경우가 잦아졌다. ‘1가구 1주택’이라는 상식은 ‘내 집 마련 포기’ 현상으로 바뀌었다.

Z세대 30%는 소비에 ‘올인’…노는 건 아깝지 않다

Z세대는 ‘소비의 중요성’을 높게 평가했다. Z세대 셋 중 하나는 번 돈을 대부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을 다니거나 사업을 운영해 올린 소득을 고스란히 소득에 지출한 셈이다. 이들은 주로 먹는 데에 가장 많은 돈을 썼고, ‘여가비’로 쓴 지출이 가장 아깝지 않다고 여겼다.

설문 결과, 소득에서 순수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70% 이상~100% 미만’이라고 대답한 응답자는 32%에 달했다. ‘40% 이상~70% 미만’을 차지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34%, ‘20% 이상~40% 미만’을 차지한다는 응답은 26%였다. 전체 소득에서 20% 미만만 지출한다고 대답한 비중은 100명 중 8명에 불과했다.

물론 이 같은 순수지출 비중은 적은 소득 때문이기도 하다. 설문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월 소득이 300만원을 밑돌았다. 이와 함께 급격히 오른 물가도 순수지출 비중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환율 급등, 금리 인상 등 여러 원인으로 인해 올해 들어 물가 상승률은 고공 행진하고 있다.

Z세대의 소득에서 지출이 가장 큰 항목은 의식주 중 ‘식(食)’이었다. 설문에 응한 100명 중 58명(58%)이 식비에 돈을 가장 많이 쓴다고 답했다. 이외에는 주거비, 여가비 지출 비중이 가장 크다는 이들이 각각 15명(15%), 의복 및 미용비로 가장 많이 쓴다는 이들은 12명(15%)으로 뒤를 이었다.

Z세대는 ‘여가’에 지출하는 돈은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응답자 100명 중 48명(48%)이 여가비는 아깝지 않다고 답했다. 여가비와 주거비는 ‘소득 중 가장 큰 지출’ 항목 중 식비 다음으로 응답률이 높았지만 두 지출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랐다. 주거비는 가장 아까운 지출 항목에, 여가비는 가장 아깝지 않은 지출 항목에 자리했다.

“투자도 게임처럼” Z세대 절반은 투자 홀릭

‘저축’이 필수이자 최선이던 이전과는 달리, 투자는 Z세대의 주류 문화로 자리잡았다. 자산 시장은 침체기에 접어들었지만 Z세대 절반 이상은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 투자를 하고 있다고 답한 Z세대는 51명(51%, 중복 응답 불가)으로 절반이 넘었다. 그중 50명은 예·적금과 투자를 병행하고 있었으며, 예·적금만 한다는 응답자는 32명(32%)이었다. 예·적금과 투자 둘 다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7명(17%)에 불과했다. 투자 항목 중에서는 주식 및 펀드의 인기가 압도적이었다. 전체 응답자가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고 있었다.

주식 및 펀드에 투자하는 이유로 ‘수익 경험’을 꼽은 비중은 52%(중복 응답 가능)에 달해 1위를 기록했다. 설문에 참여한 허모(28)씨는 “애초부터 안했으면 모를까 한 번이라도 손맛을 보면 놓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 또한 Z세대 투자 열풍의 원인으로 꼽혔다.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디딘 Z세대가 경험한 것은 치솟는 물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이었다. 이에 근로소득만으로는 ‘내 집 마련’ 등 미래 설계가 힘들어지자 다수 Z세대가 투자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월급을 모아 내 집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은 희미해졌다. 이에 투자를 통해 목돈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Z세대 세 명 중 한 명은 취업한 후에도 부모님에게 손을 벌려 수입을 충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세준 기자.

Z세대 3명 중 1명, 취업 후에도 ‘엄빠 돈’ 찾아

취업한 후에도 셋 중 한 명은 부모님에게 손을 벌려 부족한 수입을 충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급이 부족하면 아껴쓰는 기존 세대의 생각을 뒤집은 결과다. 부모에게 기대고 있고, 기댈 계획을 세우고 있는 이들은, 향후 내집 마련 등 목돈 지출 시에도 부모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 근로나 사업소득 외 부모로부터 카드나 용돈을 받아 쓴다고 답한 비중은 29%(중복 응답 가능)에 달했다. 반면 ‘투잡’을 통해 부족한 수입을 메운다고 답변한 이는 1명(1%)에 불과했다.

주택 마련 계획에 있어서도 Z세대 열 중 넷은 부모 도움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 집 마련 계획에 응답한 75명(중복 응답 가능) 가운데 부모님의 도움을 기대한다는 응답은 40%에 달했다.

앞으로 생길 수 있는 목돈의 출처도 부모의 상속과 증여를 꼽은 이가 37%로 응답 비중이 가장 컸다. 이어 복권당첨(24%), 투자수익(22%), 퇴직금(15%), 적금(2%) 순이었다.

이에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Z세대의 경우 본인이 현재 부모와 풍족하게 살아왔지만 앞으로의 경제적 소득 기반에 있어서는 부모 세대보다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부모는 90년대 경제성장기 사회생활을 하며 외환위기 등을 겪기도 했지만, 자산가치 성장기에 부를 축적할 기회도 동시에 맛봤다. 때문에 부모로부터의 경제적 도움을 당연시하는 기조가 강하다는 얘기다.

Z세대 네 명 중 한 명은 '내 집 마련'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전월세 시세표. [연합]

“내 집 마련은 꿈일 뿐”…Z세대 네 명 중 한 명은 ‘내 집 마련’ 포기

Z세대도 ‘내 집 마련’, 나아가 ‘건물주’의 꿈을 꾸고 싶다. 문제는 꿈꾸기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1가구 1주택’이 필수던 통념과는 달리 Z세대 4명 중 1명은 주택 마련 계획을 일찌감치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는 주택 구매를 포기한 이유로 ‘현실적인 여건’을 꼽았다.

설문조사 결과, “주택 마련 계획이 없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25%에 달했다. 주택 마련 계획이 없는 이들 중 약 88%가 ‘현재 소득으로는 주택 마련이 어렵다’라는 이유를 들었다.

주거비 지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였다. 지출이 가장 아까운 항목을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9%가 ‘주거비’를 꼽아 1위에 올랐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등 주거비 지출이 없는 경우를 고려하면 실제 주거비에 대한 부정적 의사는 더 강할 것으로 풀이된다.

내 집 마련은 어렵다고 할지라도, Z세대의 부동산 투자 의사는 비교적 높았다. 현재보다 소득이 늘었을 때 투자처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4%가 부동산 투자를 꼽았다. 이번 설문에 응답한 Z세대 절반 이상이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는 데 반해 부동산 투자는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 투자에 대한 의지가 상당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결과가 사회초년생 Z세대에 부동산 가격 상승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택 마련 계획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는 ‘살 능력이 없어서’인 경우가 많아 문제”라며 “적어도 안정적인 소득과 직업이 있는 경우, 자산 축적을 통해 주택을 마련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 여건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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