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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금리·고환율에 복잡해진 투자전략…“투자상품 안팔려 실적 못채운다” 아우성
“금리인상 막바지 왔다” 기대감에 하락하던 장기채 금리, 다시 뛰어
채권 바벨전략으로 분산해야…주식, 섹터별 접근 권고
펀드 안팔리는 영업점, KPI 낮춰라
우리은행, 하반기 지표에 금융상품 배점 50점 축소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4번 연속 올리면서 투자자들의 고민도 덩달아 깊어지고 있다. 하락세를 걷던 장기채 금리는 다시 고개를 들고 있고, 물가와 환율은 좀체 잡히지 않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종잡을 수 없는 시장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 방향성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면서 영업점들의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각종 투자상품도 좀체 팔리지 않고 있다고 한다. 급기야 우리은행은 하반기 성과평가체계(KPI)에서 자산관리상품 배점을 줄였다.

금리인상 사이클 더 이어지나…시장금리 다시 올라, 환율도 당분간은 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연 3.593%를 기록했다. 올 초 2.3%대에서 움직이던 금리는 금리인상 기조에 따라 6월 3.7%대까지 치솟았다. 이후 8월 초 3%대 초반까지 내려왔으나,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장기채 금리가 6월 이후 하락세로 접어든건 금리인상이 올 하반기에 막바지 사이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시장 심리를 선제적으로 반영한 영향이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당초 올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던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국면)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박석현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부부장은 “최근 금리가 일시적으로 반등한건 이번주 한은 금통위, 미국 연준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입장 강화 등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며 “이벤트 발생시마다 금리가 튀는 모습이 보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건 시장 금리 뿐이 아니다. 원/달러 환율은 전일 1335.2원에 마감한 상태다. 종가기준 1345.5원까지 치솟았던 23일에 비해서는 다소 내려갔지만 당분간 달러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연준의 연이은 금리인상 등 긴축 의지가 확인되면서 강달러 현상이 심화된 영향이다.

박 부부장은 “유로와 달러의 등가를 의미하는 패러티(parity)가 깨진데다 무역적자, 중국의 위안화 약세 등으로 1350원까지는 오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잭슨홀에서 조금이라도 완화적 시그널이 나와 차후에 반영된다면 그 뒤에서야 조금이라도 금리, 환율이 안정될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20825 [사진공동취재단]

채권 바벨전략 접근 권고, 주식은 섹터별 접근해야

금리, 환율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투자 전략은 어떻게 가져가야할까. 주식의 경우 저가매력이 높아졌지만, 아직 저점 확인이 되지 않은만큼 적립식으로 나눠가거나 정책적인 지원이 나오는 섹터 위주로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최재현 NH농협은행 WM전문위원은 “경기침체가 이어질경우, 주식만으로 섣불리 포트폴리오를 채채웠다가는 손실이 커질 수 있다”며 “2차전지, 태양광 에너지 등 보조금 지급 등 정책으로 수혜가 기대되는 섹터의 투자매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산별로 보면 주식보다는 채권에 대한 비중을 높이는 것이 유효하다고 봤다.

채권 투자를 하더라도 바벨전략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거나, 투자 성향에 따라 만기를 다르게 가져가는 것을 권유하는 의견도 나왔다. 바벨전략은 극단적인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을 함께 편입하는 방법을 말한다. 단기채는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수익을 노릴 수 있고, 장기채는 향후 금리 하락에 따른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바벨전략을 다 가져가기 부담스럽다면, 안정성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은 만기 1년 미만의 채권을 만기때까지 보유하는 전략을 가져가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며 “중위험 성향의 투자자는 만기 5년짜리 신종자본증권을, 공격 성향은 10년 국채를 통해 향후 시세차익을 노리는 전략을 가져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하나은행 딜링룸. 연합뉴스
달라진 영업점 풍경, KPI 채우기 난색

전문가들은 높은 변동성 장세 대응을 위해 투자전략을 다시 세워야한다고 조언하고 있지만, 정작 투자자들은 요지부동이다. 기존에 있던 상품들의 수익률이 부진하면서 자산가치가 하락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30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 지수는 현재 2400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주가 하락으로 인해 조기상환이 불발된 주가연계펀드(ELF)나 주가연계신탁(ELT)도 상당수다.

이런 점을 고려해 KPI 비중을 조정한 은행도 등장했다. 우리은행은 올 하반기 PB/FA 평가에서 자산관리상품 배점을 상반기 150에서 100으로 축소했다. 다른 은행 내에서도 이런 이야기가 점차 나오고 있다고 한다.

영업점 관계자들은 “기존에 팔린 상품도 관리가 안되는 상황에서 새롭게 고객들에게 상품 전략을 교체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안은 씨알도 안 먹히는 상황”이라며 “올해 내내 영업점 직원들은 금융상품 실적 채우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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