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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M엔터 주주환원·네이버 기업문화개선...기관투자자 목소리 중요하죠”
근본적 개선 필요한 코리아디스카운트
지속가능성 고민 지배구조 개선 중요
의결권행사·건전성 통해 가치키워야
개인투자 열풍 지배구조 문제 공론화
정책당국자에 압력시작 중요한 변화

“대주주가 20~30%의 지분만 가져도 기관투자자의 지지를 받게 되면 지배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죠. 경영진이 판단을 잘못하면 기관투자자가 문제를 제기하고 다른 주주들이 이에 힘을 보태 문제를 개선시킬 수 있는 지배구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을 지낸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는 기관투자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결권의 가치가 시장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상황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데,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면 이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업들이 적대적 M&A를 우려하기보다는 기관투자자의 의사결정 개입을 정당성을 인정받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기관투자자의 의사결정 참여를 목적으로 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은 증가 추세다. 한국지배구조원에 따르면 11일 기준 가입기관은 총 191개, 운용사는 57개다. 2018년 각각 74개, 28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었다.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2019년 KB자산운용은 SM엔터테인먼트에 주주환원 정책을 요구했고, 2021년 안다자산운용은 네이버 경영진에 직장 문화 개선 방안을 주문했다. 최근에는 ESG를 포함해 다양한 기업들에서 주주 가치 개선이 시도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행동주의 펀드 운용사인 트러스톤자산운용도 ‘온건한 행동주의’를 추구하고 있다.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는 기업에 투자한 뒤 개선을 이끌어내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그 성과를 인정받아 과학기술인공제회로부터 출자를 받았다.

신 원장은 최근 급팽창 한 상장지수펀드(ETF)도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수익률을 추구하는 패시브 펀드는 주가가 오르는 데 베팅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의결권 행사와 함께 기업과의 건전한 관계 형성을 통해 가치개선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미 해외에선 패시브 펀드의 투자자가 직접 주주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지난 10월 특정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에 한해 기관 투자자가 지분만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는 “개인투자자에게도 의결권 행사 선택권을 주는 데까지 나아가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개인들의 주식투자 열풍이 뜨거워지면서 지배구조 문제들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되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직 지배구조 문제의 근본적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예전보다 나아진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코리아디스카운트는 남아있죠. 가족 중심 대주주 지분승계를 유지하면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려면 어떤 지배구조로 가야할 지 고민해야 합니다.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문제를 자각하고 정책당국자에 압력으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은 중요한 변화로 보입니다”

다만 기관과 개인들의 주주권 행사의 걸림돌로는 주주총회 쏠림 현상을 지적했다. 정기 주주총회가 주로 3월 마지막 주에 몰려있어 투자자들이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월 29일에 가장 많은 기업이 몰려 500여 개 기업이 주주총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배구조원에 있을 때를 떠올려 보면 주주총회 시즌인 2월 말에서 3월까지는 거의 밤을 샜어요. 아무리 기관투자자라도 몇백 개 기업을 한꺼번에 살피기는 어렵죠. 개인들도 여러 종목을 가지고 있다면 이를 짧은 기간에 다 살피기 쉽지 않겠죠. 결산을 분산하거나, 주총 개최 요건을 유연하게 적용하려는 등의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신 원장은 마지막으로 대주주들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게 지배구조 개선에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거래소 2층에 가보면 전산으로 바뀌기 전에 기업들의 명패가 걸려있습니다. 아직도 남아 있는 기업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단순히 자식한테 물려준다고 기업들이 영속하지는 않습니다. 해외에 보면 가족이 대주주인 기업이 많지만 직접 경영까지 하는 경우는 많지 않죠. 진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권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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