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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오세훈 서울시장 “빚 원금 탕감 수정하라”…전국 지자체 성명서 낸다
“원금 탕감 시 지역신보 재원 손실”
원금감면 60~90%서 0~90%로
서울 종로신진시장 상점들이 문을 닫아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정부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대출 원금을 최대 90%까지 감면해주는 ‘새출발기금’ 채무조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전국 시도지사들이 반대에 나섰다. 도덕적 해이와 역차별을 유발하고, 지방재정에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1일 금융권과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임시회장 홍준표 대구시장)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제안으로 이 같은 내용의 공동 성명서를 준비하고 있다. 헤럴드경제가 확보한 성명서 초안에 따르면 시도 지사들은 새출발기금 지원 대상과 범위 등을 좁히고, 지방재원 손실 발생 시 이를 국비로 보전해줄 것을 요구했다.

성명서는 “지방정부들도 큰 틀에서는 취약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채무 원금 감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동(同) 사업은 지방재원에 직접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음에도 지자체와 지역신용보증재단(신보)의 입장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중앙정부 국정과제 추진으로 인한 재정 부담을 전적으로 지방정부에 전가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에 전국 17개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지자체 “금융취약계층만 지원…원금 감면 범위도 최소 60→0%로”

시도지사들은 새출발지원기금 지원안 수정을 요구했다. 특히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 가운데 금융취약계층으로 지원 대상을 한정할 것을 제안했다. 성명서는 “도덕적 해이로 부실률이 급증하지 않도록 원금 감면 대상자를 기초수급자, 전년 대비 소득 급감자 등 금융취약계층으로 최대한 한정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덕적 해이’에 대한 대안 마련도 제시했다. 시도지사들은 “60~90%의 채무 원금 감면 정책이라는 점에 착안해 고의적으로 채무를 미상환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성실하게 채무를 상환 중인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불공정 및 역차별이 될 수 있다”며 “원금 감면의 범위도 0~90%까지 조정하고 감면율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새출발기금이 새 정부 국정과제로 추진되는 만큼 사업 운영 과정에서 지방재원의 손실 발생 시 전액 국비로 보전하는 등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신보의 손실을 최소화할 것을 요구했다.

성명서는 이달 초 발표될 예정이며, 현재 각 시도지사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원금 90% 탕감...지역재원 손실 예상되자 ‘반기’

시도지사들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원금을 최대 90%까지 감면해주는 ‘새출발기금’에 반대하고 나선 것은 지역신보 재원 손실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부실 채권을 은행에 대위변제해 줄 경우 신보 재정이 부실화되기 때문에 원금 감면을 줄이고 신보에 예산을 넣으라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전 금융권이 손실에 대한 불만에도 고통 분담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앞장서 반기를 든 것에 문제를 지적한다. 금융위원회는 신보의 대위변제를 일시 지급이 아닌 분할 상환으로 하고, 사후 정산으로 이익이 남으면 돌려주겠다는 입장이다.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실 채권을 금융기관으로부터 매입해 60~90%까지 원금을 감면해주고, 장기 분할 상환하도록 하는 30조원 규모의 ‘배드뱅크’다.

지역신보는 소상공인·자영업자가 금융사로부터 대출을 받을 때 보증을 제공하고, 이 대출이 부실화할 경우 금융사에 대위변제(대신 갚아줌)를 해준 뒤 구상채권을 갖고 빚을 받아내는 역할을 한다.

새출발기금이 가동되면 신보의 구상채권을 매입해 60~90% 원금 탕감 등을 해주는 방식으로 채무조정이 진행된다.

신보가 우려하는 것은 제값을 제대로 못 받고 구상채권을 새출발기금에 넘길 가능성이다. 원금 감면을 60~90%나 해주는 만큼 구상채권 매입가도 크게 낮게 책정될 것이라는 우려다. 지역신보는 캠코가 매입가율을 12% 수준으로 책정할 것이라 보고 있다.

또 원금 감면을 노리고 고의 연체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경우 부실률은 정부가 예상한 5%를 넘어설 것이라는 주장이다.

서울신보의 경우 연간 부실률을 10%로 가정하고, 구상채권 매입가율을 12%로 추정할 경우 연간 4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신보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 보증부 대출은 대위변제로 손쉽게 채권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자율적 만기 연장을 해주는 대신 대위변제를 요구해올 가능성이 크다”며 “대위변제가 급증하면 손실이 확대돼 자영업자들에게 추가적으로 보증 공급을 해줄 여력이 낮아진다”고 주장했다.

이에 지자체들은 정부 차원의 별도 출연금 지원이 필요하고, 채권 매각가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금 감면 역시 기초수급자, 전년 대비 소득 급감자 등 취약계층으로 대상을 제한하고, 원금 감면율도 현재 계획한 60~90%가 아닌 0~90%로 확대해 도덕적 해이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피해를 온몸으로 감당하며 방역의 버팀목이 돼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지원을 여야 합의로 결정했는데 지자체가 반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지자체별로 입장 차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계속 협의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채권 매각가는 시장가격으로 결정하고, 사후 정산을 해서 이익이 남으면 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위변제금을 일시에 지급해야 해서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분할 상환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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