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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딜레마’ 전기요금…정부 ‘인상’ 가닥 잡나
물가-에너지 당국 신경전 팽팽
한전 올 적자 추정치 23조 ‘훌쩍’
누적부채 156.5조원으로 증가
전기요금 인상시 물가자극 우려
기재부, 신중 입장속 변화기류도
“물가 직접 통제땐 부작용 더 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넘어 13년9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한국전력은 이달 중하순께 예정된 3분기 전기요금 논의 시 정부에 인상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물가당국과 에너지당국간의 신경전이 팽팽하지만 ‘지속해서 억누를 수만은 없다’는 공감대도 있어 인상 전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지난달 전기요금은 2010년 1월 집계 시작 이후 최고치인 9.6% 상승률을 보였다.

7일 한전에 따르면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기후환경요금·연료비 조정요금 등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한전은 분기마다 논의되는 연료비 조정단가의 인상을 요구할 방침이다. 전기요금 인가권을 갖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도 3분기에는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요금의 경우 전기사업법에 따라 한전이 조정안을 작성한 후 산업부에 신청하면 산업부 산하 전기위원회 심의·의결 절차를 거쳐 산업부가 최종 인가한다. 물론 물가안정법에 따라 논의 과정에서 산업부가 미리 기재부와 협의를 거친다.

한전이 3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적자 및 부채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추정한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 규모는 평균 23조1397억원이다. 이는 한 달 전 추정치보다 5조원 넘게 증가한 것이다. 이는 시가총액 1위 상장사인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51조6339억원) 대비 44.5% 수준이고, 현대차 영업이익(6조6789억원)의 3.4배에 달하는 것이다.

한전은 올해 1분기에만 이미 7조786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는데 이는 지난해 전체 적자액 5조8601억원보다도 약 2조원 많은 것이다. 전기요금이 한꺼번에 크게 오를 경우 소비자 부담이 커지는만큼 한전이 국제연료 가격 인상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은 결과다.

한전이 발전사들에서 전력을 사 올 때 적용하는 전력도매가격(SMP)은 4월 ㎾h당 202.11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200원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동월(76.35원)보다 164.7%나 급등한 것이다.

한전은 이런 원가 부담을 상쇄하고 재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해외 사업 구조조정과 연료비 절감, 지분·부동산 매각 등의 자구 방안을 총동원해 6조원 규모의 재무 개선을 이룬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적자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올해 3월 말 한전의 부채는 156조5352억원으로 1년 전(133조5036억원) 대비 23조316억원(17.3%) 늘었다. 산업부도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를 개정해 SMP에 상한을 두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민간 발전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3분기 전기요금을 추가로 올릴 경우 물가 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부담이다. 물가 상승률이 5%대를 넘어 6%대에 달할 가능성이 커진다. 여기에 여름 냉방을 위한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여서 전기요금 상승은 가계의 부담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기요금 인상의 열쇠를 쥔 기재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 협의가 진행된 것이 아니라서 답하기는 어렵지만, 물가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산업부와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일부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돼 주목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기자실 방문 당시 “물가를 강제로 끌어내릴 방법이 없고 만약 그렇게 하면 경제에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며 “정부가 물가를 직접 통제하던 시대도 지났고 그것이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에 앞서 지난달 25일 기자들과 만나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에 대한 가격 통제를 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배문숙 기자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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