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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란의 임금피크제'...위법 아니라는 '정년연장형' 어떻게 구별하나요?
정부, '임금피크제 연령차별 여부 판단에 관한 FAQ' 자료 배포
대법원 앞서 "연령 만으로 임피제 적용은 무효" 판결
이정식 고용장관 "대부분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형’...위법 아냐"
크라운제과 찾은 이정식 장관 대법원 판결에 확대해석 경계
대법원 판결 이후 대기업·은행권 노조 중심 임피제 줄소송 움직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항상 위법인 것은 아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3일 크라운제과 본사를 방문, 임금피크제와 관련 최근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달 26일 퇴직자 A씨가 재직했던 연구기관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나이만으로 노동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위법하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대법원 판결 이후 대기업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임금피크제 개선이나 폐지를 요구하는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지난달 26일 사측에 임금피크제에 대한 입장을 설명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은행권도 마찬가지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사측을 상대로 임금피크제 소송을 준비 중이다. 특히 오는 16일 1심 판결이 나오는 KT 소송이 대법원 가이드라인의 영향을 받는 핵심 사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장관은 “대부분의 임금피크제는 정년 60세 의무화를 배경으로 도입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이기 때문에 이번 판례에서 다룬 임금피크제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2013년 정년 60세 의무화 법이 개정된 이후 노사 간의 긴밀한 협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정년을 57세에서 62세로 연장하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경우는 ‘위법’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 임금피크제 도입 사업체 7만6607개 중 87.3%는 정년 60세를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고령자고용법’이 개정된 2013년 이후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이 장관은 “이를 통해 회사는 숙련도가 높은 우수인력을 계속 활용하고 장년 노동자도 같은 직장에서 일할 수 있어 노사가 윈-윈 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대법원의 판결이 전체 임금피크제를 무효로 판단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럼에도 임금피크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이상 적잖은 사업장에서 소모적인 법정 분쟁이 잇따를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히 공공기관에서 법적인 파장이 클 것”이라며 “정부가 사업장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 관련 자문에 나서는 등의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는 ‘임금피크제 연령차별 여부 판단에 관한 FAQ’ 자료를 배포했다. 이 장관은 “대법원 판결로 인해서 노동자와 사업주 여러분의 우려가 많으실 것”이라며 “정부도 임금체계 개편에 필요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상생의 노사문화 구축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날 정부가 내놓은 ‘임금피크제 연령차별 여부 판단에 관한 FAQ’.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어떻게 구별하나요?

=임금피크제 도입 시점을 기준으로 노사가 정년 연장에 수반된 조치로서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경우에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이고, 정년의 변경 없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경우에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임금피크제가 정년 연장에 수반된 조치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과 정년 연장이 유기적 관련성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합니다. 따라서, 노사가 정년 연장이 배경이 되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면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가 동시에 도입되지 않더라도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2013년 5월 이전에 정년이 60세 미만이었고, 2013년 5월 정년 60세 의무화를 내용으로 하는 고령자고용법 개정 이후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경우에는 정년연장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는 모두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해 위법인가요?

=대법원에서도 밝혔듯이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항상 무효인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①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②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③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④임금피크제로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등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따라서, 개별 기업에서 시행하는 임금피크제 효력은 대법원에서 제시한 판단기준 충족 여부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연령차별에 해당하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는 어떤 사례가 있나요?

=임금피크제 도입의 목적이 타당하지 않고, 불이익을 보전하는 조치가 없는 등의 형태로 임금피크제를 적용한다면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대법원은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55세 이상 직원만을대상으로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는 점, 임금피크제 적용에 따른 불이익을 보전하는 대상조치가 없는 점,임금피크제 적용 전후에 업무 목표·내용 상의 차이가 없는 점 등을고려하여 해당 임금피크제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합리적 이유가 없이 결과적으로 일정 연령 이상의 근로자에 대해 연령만을 이유로 불이익한 처우를 했기 때문입니다.

▶연령차별에 해당하지 않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는 어떤 사례가 있나요?

=고령자 고용안정과 청년 일자리 창출 등 목적이 정당하고, 불이익을 보전하는 조치가 이루어지는 등의 형태로 임금피크제를 시행한다면 연령차별로 볼 수 없습니다. 2022년 2월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된 ㅇㅇ공단 사건에서 일정 직급 이상 근로자에 대해 정년(60세) 연장 없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경우에도 연령차별로 보지 않은 사례가 있습니다. 해당 임금피크제는 2013년 60세 정년 의무화 법 통과 이후에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에 근거한 조치입니다. 원고는 기존에 유리한 정년 규정을 이미 적용받았고, 정년퇴직 전 1년 동안 공로연수가 가능했고, 희망자에 대해서는 업무시간 조정이 가능했음 등을 이유로 해당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어떻게 판단하나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대해서는 대법원에서 연령차별 여부에 관한판단기준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된 판례, 기타 하급심 판례에 따르면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에 근거해 정년연장에 수반된 조치로서 노사협의를 통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면 원칙적으로 연령차별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2년 5월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된 ㅇㅇ공단 사건에서 해당 임금피크제는 정년 60세 의무화에 따라 고령자고용법에 근거하여 도입된 조치이고, 근로자에게 임금피크제에 따른 불이익 외에 정년 연장에 따른 이익도 있는 등의 사유로 연령차별에 해당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중에서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하는 사례도 있나요?

=그간 판례에 따르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원칙적으로 연령차별에 해당하지 않으나, 명목만 임금피크제일뿐 실질적으로는 비용 절감, 직원 퇴출 등의 목적으로 특정 연령의 근로자의 임금을 과도하게 감액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연령차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서울고법에서 확정된 판례에 따르면 정년을 2년 간 연장하는 대신 빠르면 44세부터 연차별 최대 50%까지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에 대해, 근로자에게 일방적 불이익을 가하는 내용으로 설계된 것으로서, 임금 삭감이 근로의 질이나 양과 무관하게 결정되고 ‘일정한 연령에도달하였는지 여부’와 ‘승급대상에서 누락했는지 여부’에 연동돼, 사실상 근로자를 퇴출하려는 의도의 임금피크제는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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