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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량자급률 OECD '꼴찌'수준인데 곡물가↑…"식량안보, 헌법에 담아야"
[경제안보 중대 분기점]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인도 밀 수출 중단 등 먹거리 무기화
세계식량안보지수 OECD 38개국 중 28위...밀 자급률 0.08%
"국가재정법에 '식량안보 예산편성' 조항 신설해야"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국내 식량안보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러시아의 봉쇄로 우크라이나 항구에 수출용 곡물이 발이 묶인 상태에서 세계 밀 생산량 2위국인 인도가 밀 수출을 전격 금지하면서 글로벌 식량 공급이 막힌 탓이다.

먹거리 전쟁이 시작되면서 곡물자급률이 20%도 안 되는 우리나라의 먹거리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실행력을 담보할 식량안보계획 뿐 아니라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한 식량안보 예산편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970~1980년대 평균 73.3%이던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2020년 기준 45.8%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곡물자급률은 2020년 30.9%에서 2020년 19.3%로 줄었다. 밀(자급률 0.08%)과 콩(30.4%)은 상황이 심각하다.

자급률이 떨어지면서 ‘식량안보’는 이미 빨간불이 켜졌다. 이코노미스트가 내놓는 세계식량안보지수(GFSI)를 보면 우리나라는 2021년 기준 100점 만점에 71.6점으로 113개국 중 32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에선 28위로 하위권이다.

문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세계가 심각한 식량위기에 봉착했다는 점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각각 전세계 1위(3900만t), 5위(1700만t) 밀 수출국이다. 전세계 밀 시장의 28%가 두 나라로부터 수출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러시아는 식량수출 집산지인 오데사항을 봉쇄 중이다. 우크라이나 곡물의 98%가 오데사항에서 수출된다. 전쟁 전 우크라이나는 한달에 약 500만t의 곡물을 수출했지만 지난달 110만t을 수출하는 데 그쳤다.

설상가상 세계 밀 생산량 2위국인 인도가 지난 13일부터 식량안보를 이유로 밀 수출을 금지키로 했다. 밀 생산 4위인 미국도 이어진 가뭄과 대형산불 탓에 생산량이 급감했다. 중국은 지난해 허난성에 쏟아진 폭우로 고등급 밀 생산량이 최대 20%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생산이 줄고 판로가 막히자 곡물가가 치솟고 있다. 지난달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58.5다. 2014~2016년의 평균가격이 100이었다고 보고 산출하는 지수란 점을 고려할 때 지난 5년간 식량 가격이 1.6배 정도 오른 셈이다.

현재 우리가 수입하는 밀의 99%가 미국·호주·캐나다산이다. 그러나 인도의 수출금지 등의 조치로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할 경우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인도의 수출금지 조치가 기름을 붓는 꼴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말 뿐이던 ‘식량주권 확보’에 팔을 걷어부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정부는 2018년 곡물자급률을 21.8%에서 2022년 27.3%로 올리겠다고 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해외 식량 공급망 확보 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곡물자급률 제고, 공급망 확보와 별도로 당장 치솟은 밥상물가 안정화도 정부가 맞닥뜨린 과제다. 정부는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밀가루 업체의 가격 상승분 70%를 국고로 지원하는 예산 등 물가 안정 사업을 포함했다.

허용준 농협경제연구소 미래전략국장은 “식량문제를 국가안보로 인식하고 스위스처럼 식량안보 규정을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며 “국가재정법에 ‘식량안보 예산편성’ 조항을 신설, 재정지원을 명문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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