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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교 ‘크런치 모드’ 부활 예고…기업 족쇄 중처법도 만지작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이상섭 기자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사라진 소위 판교 ‘크런치 모드’가 부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10대 국정과제’에 ‘스타트업·전문직의 근로시간 규제완화’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처벌법도 경영계 요구에 따라 개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대통령 공약이던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국정과제에선 빠졌다. 새 정부는 법과 원칙에 기반한 공정한 노사관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지만, 노동계는 노동 기본권에 대한 억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10일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110대 국정과제’에는 ‘노사 협력을 통한 상생의 노동시장 구축’이 고용노동부의 국정목표에 포함됐다. 근로시간 제도의 노사 선택권 확대와 직무·성과 중심의 세대상생형 임금체계를 확산하겠다는 것이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 등 활성화 방안 마련,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등 연장 근로시간 총량관리, 스타트업·전문직의 근로시간 규제완화 등 지원방안 마련 등이 세부 과제로 포함됐다. 기업 규모나 업종에 따라 다양한 근로시간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재택그무 등 유연근무 활성화를 통해 일하는 문화 개선을 지원한다는 게 골자다.

IT업계가 모여있는 판교 등에선 미국과 일본 등에서 시행 중인 ‘화이트칼라 이그젬셤’ 도입 가능성이 나온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은 일정 금액 이상 고소득 근로자에겐 연장근로수당과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다. 또 소위 ‘크런치 모드’로 불리는 야근이 재개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실제 지난 2018년 3월 주 52시간제 도입 이전 IT업계엔 밤샘야근이 적지 않아 일부 기업은 ‘판교 등대’, ‘구로 오징어배’로 불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주 52시간제가 도입된데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강조되면서 꺼지지 않는 판교 IT업계 사무실 스위치도 내려야만 했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 주 52시간제가 5~49인 규모사업장으로 확대되자 IT·스타트업계에선 ‘획일적인 주 52시간제라는 족쇄 탓에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새 정부의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가 자리잡으면 “1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윤 대통령 말처럼 근로시간에 대한 자율이 더 커진다. 또 고소득 사무직은 근로시간 제한 규제가 풀리고, 연장 근무수당 대신 성과급, 스톡옵션 등으로 보상할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근무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대기업·IT 종사자 등 노동여건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월 27일 첫 시행한 중대재해법을 손 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업의 관심이 큰 중대재해법 개선을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산업안전보건 관계 법령 개정 등을 통해 현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지침·매뉴얼을 통해 경영자의 안전 및 보건확보 의무를 명확화하겠다’는 문장을 국정과제에 담았기 때문이다. 경영자총연합회 등 복수의 재계 관계자들은 “법과 제도 개선을 통한 자율적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강조한 만큼 추후 중대재해법 보완에 나설 것이란 의미”라고 해석했다.

다만 이제 시행 100여일을 맞이한 중대재해법 시행령을 바꾸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 한국노총은 “중대재해법의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산업안전보건법과 유사하게 만들어 경영 책임자와 법인이 수사와 재판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는 것”이란 입장이다.

이밖에 새 정부는 노사협의회 근로자 위원의 대표성·독립성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국정과제에서 빠졌지만, 업종별 차등적용은 추진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새 정부 고용부 장관으로 지명된 이정식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적용은 현행법상 불가하다”면서도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해선 “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이 심의해 결정하면 가능하다”며 여지를 뒀다. 김용훈 기자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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