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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 속으로] G5 도약을 지향하는 신통상 정책

드디어 코로나19, 그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 팬데믹은 글로벌화가 이익 못지않게 위험도 크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했다. 2차 대전 이후 8차례의 무역협상 라운드와 자유무역협정에 의한 국제무역 확대는 성장과 번영, 삶의 질 향상에 기여했다. 그러나 무한경쟁이 초래한 양극화, 노동억압과 환경파괴는 글로벌화의 그림자였다. 급기야 미-중 무역전쟁과 신블록화는 중국 편중 공급망의 재편을 촉발했다. 이에 각국 통상정책의 범위가 확대되고 산업정책과 연계가 강화되는 추세다. 시장 개방 예외의 근거가 됐던 환경과 노동, 인권과 안보의 가치가 통상정책의 중심목표로 부상함에 따라 통상규범의 재정립이 요청되고 있다. 디지털·서비스 무역과 공정 경쟁, 보건, 지식재산권(IP) 보호 등도 시급한 과제다.

새로운 통상 환경의 전개가 가속화하는 시점에 윤석열 정부는 통상정책을 어떻게 펼쳐야 하는가.

첫째, 글로벌 산업정책과 경제안보를 통해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세계적 공급망 재편을 기업 성장의 호기로 활용해야 한다. 소재·부품·장비정책과 연계해 공급망 전략품목을 선정하고 정보 분석·조기경보시스템(EWS)으로 위기에 신속하게 대처해야 한다. 미국이 주창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 선진국과의 기술 협력, 개발도상국과의 자원 협력에 의한 전략산업동맹이 긴요하다. 전략 부문 수출·투자에 관한 기술안보 조치도 필수적이다. 외자 유치와 메가 M&A(인수·합병)를 촉진하도록 한다.

둘째, 가치 연계 통상의 국제적 추세에 적극 대응하고 새로운 통상 규범 정립을 주도하여 통상 중견국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디지털·서비스무역의 제도화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무역·환경 연계의 우선순위와 속도, 정책 수단의 조율을 이끌어내도록 한다. 안전, 보건, 표준, 인증, 공공조달, 경쟁 규제, 데이터유통 규범의 구체화에 우리 산업의 이해를 반영하도록 한다. 가치 연계 통상이나 신분야 통상 규범에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입장이 대치될 수 있어 국제적 조정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셋째, 전통적 의제인 시장 개방을 포함한 규범 기반 글로벌 무역 체제 복원에 기여하면서 아·태 중심 통상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WTO 체제 재건에 앞장선 EU와 공조가 출발점이다. 무역현대화의 비전을 담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 가입과 최대 무역블록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이행으로 역내 통상 규범을 주도할 수 있다. 한·미·일 FTA를 제안하거나 멕시코, 메르코수르, 걸프연안국가(GCC)와의 FTA를 새로 체결하는 것도 경제영토 확장을 지속하는 첩경이다.

넷째, 통상정책과 무역지원의 연계를 강화하고 기업·소비자 등 정책수요자 초점의 통상정책 거버넌스를 정립해야 한다. 내부협상과 보완대책 도출을 위한 통상 절차를 더 구체화해 정책결정에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실하게 반영하도록 한다. 기업의 무역협정 활용을 돕고 수출·투자애로를 해소하며 물류·금융을 지원하는 무역지원 플랫폼 확충도 유용하다.

다섯째, 산업경쟁력 관점의 일관성 있는 신통상정책의 추진을 위해 통상조직의 전문성과 안정성을 강화해야 한다. 통상전문직 채용과 산업·통상·자원 순환보직으로 산업통상형 인재를 양성하도록 한다. 통상자문기구의 보강과 정책 조정을 위한 대통령 직속의 경제안보위원회 신설도 바람직하다. 장기 과제로 독립형 통상조직 전환과 본부장 임기제 도입도 검토할 만하다.

한국은 자유무역 질서의 최대 수혜자이다. 디지털, 탄소중립, 공급망 안보의 메가트렌드에 부응하는 새로운 통상 규범의 정립을 주도하여 호혜적 글로벌화에 기여할 전략적 입장에 있다. 글로벌 산업정책의 정립과 통상·산업·자원정책 융합에 입각한 경제 협력으로 글로벌 선도 경쟁력을 갖춘 산업강국의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한국 경제의 G5 도약을 앞당기는 새로운 통상정책을 기대한다.

최성호 경기대 행정대학원 교수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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