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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비즈]보험부채 시가평가와 IFRS17

새로운 보험회계제도인 IFRS17 시행이 2023년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보험사와 감독당국은 보험부채 시가평가에 대해 몇 가지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다. 준비가 잘 되었다면 보험부채 시가평가에 대한 다음의 몇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왜 새로운 국제 회계기준인 IFRS17에서는 보험부채를 시가평가 하라고 하는가? 보험부채를 시가평가 하면 그 값이 현재의 값과 급격히 달라져야 하는가? 보험회사의 부채가 많이 증가하고 자본금은 급격히 줄어들까? 보험부채 시가평가의 방법은 무엇인가? 왜 시가평가할 때 무위험 수익률을 할인율로 쓰라고 할까? 보험사들의 현재 상황이 각각 다른데 왜 모든 보험회사에 똑같은 무위험 수익률을 할인율로 적용하라고 할까? 각 보험 상품들은 그 성격과 위험이 제각각 다른데 왜 모든 상품에 똑같이 무위험 수익률을 할인율로 쓰라고 할까? 모든 보험회사와 모든 보험상품들은 위험이 전혀 없는 무위험 상태인가?

금융경제학을 조금만 이해하고 있다면 위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간단명료하다. 모든 재화의 가격은 하나라는 공리 아래에 가격이 결정되므로 보험계리적 방법으로 산출된 가격과 시가평가한 가격은 서로 같아야 한다. 따라서 보험부채를 시가평가 하더라도 그 값은 계리적으로 계산된 현재의 수준과 대동소이하게 될 것이다. 보험부채 시가평가 방법론은 이미 30여년 전에 완성돼 여러 책자로도 출간됐다. 주로 금융경제학 이론을 기반으로 해 이를 보험계리학에 응용하는 형식을 취한다.

새로운 회계제도의 도입은 멀쩡한 회사를 곤란하게 만들려고 도입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많은 장점이 있다. 예를 들면 금융감독원에서 보내주는 무위험 수익률을 모든 회사가 동일하게 쓰는 것이다. 분모에는 동일한 무위험 수익률을 할인율로 사용하더라도 분자에서 확률 측도 변환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시장위험 프리미엄이 계산되며, 이를 통해 투자자들과 계약자들은 동일한 기준으로 각 회사와 각 상품들의 비교 분석이 가능하다. 이것은 시가평가를 하는 새로운 회계제도의 커다란 장점 중 하나다.

새로운 회계제도가 내년부터 시행됨에 따라 대부분의 보험사는 보험부채 평가와 보험손익 계산을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돈을 들여 새로 거창한 시스템을 설치하라는 데 제도 도입의 취지가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시스템으로 보험부채를 계산해 기존의 값들과 비교, 현저히 달라졌다면 시가평가 방법에 오류가 없는지 체크해 보아야 한다.

혹시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신종자본증권 특히 후순위채권 등을 과도하게 발행하려고 한다면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미 수천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금액의 후순위채권 등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회사들도 여럿 목격된다.

하지만 후순위채권은 공돈이 아니다. 자본으로 포장된 부채다. 당분간은 모면할 수 있겠으나 결국은 부채이므로 추후 고스란히 회사와 주주들에게 커다란 부담이 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신종자본증권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능사가 아니며 직무태만이다. 금융경제학을 조금만 더 연구하면 쉽게 해결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IFRS17 제도에 대한 이해도를 더 높이고 정확히 실행해서 보험산업이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창기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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