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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화정책 새 수장 ‘이창용’ 주어진 과제는...물가·부채·성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9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생산자물가, 10년만에 4%대를 웃돌고 있는 소비자물가, 1862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21일 공식적으로 통화정책의 키를 넘겨 받은 이창용 한국은행 신임 총재 앞에 놓인 난제들이다.

신임 총재를 기다리고 있는 가장 최우선 과제는 물가안정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국제유가가 올라가고 공산품 가격도 밀어 올리면서, 물가는 10년만에 4%를 넘겼다. 식재료값 상승과 인건비가 오르면서 당장 외식물가마저 거침없이 오르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계부채 관리와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한 경기 하방 압력 및 성장 리스크도 버텨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인기 없더라도 금리 인상”…‘물가파이터’ 자처

인플레이션 압력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면서, 국제유가는 원자재뿐 아니라 공산품 가격 등을 모두 밀어올리고 있다.

3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4월 소비자물가의 4%대 상승을 예고했다. 소비자의 물가 흐름 전망을 반영한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지난달 2.9%로 3%에 육박했다. 2014년 4월(2.9%) 이후 7년 11개월만에 가장 높다.

이 총재도 물가안정을 가장 시급한 목표로 제시했다. 앞서 총재 부재에도 불구하고 4월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 인상을 결정한 것을 두고, “지금은 경기 하방 위험보다 물가 상방 위험이 더 크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물가 상승 국면이 적어도 1∼2년 계속될 것”이라며 “물가 상승 심리(기대인플레이션)가 올라가고 있어 인기는 없더라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그널(신호)을 줘서 물가가 더 크게 오르지 않도록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금리 인상을 통한 물가 안정은 속도의 문제일 뿐 방향은 정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가 확대된 한국에서 금리를 올리기란 어렵겠지만,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하면 성장 자체가 위협을 받는다”면서 “레이건 정부 시절 중앙은행이 물가상승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상하고 이후 호황을 맞았던 것처럼, 어렵더라도 금리 인상을 통한 물가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전했다.

‘금리’ 말고 마땅한 카드 없는 한은…성장 위해선 협력 필수

관건은 성장이다. 특히 최근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단순히 시중 유동성 확대에 따른 것이 아니라, 공급 병목에 따른 것이니만큼 통화정책만으론 단박에 해결이 어렵다. 문제는 물가가 오르고, 이를 막기 위해 금리를 올려 시중 유동성을 회수하면 경제 성장이 더뎌진다는 데 있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경제 전망의 가장 큰 역풍은 인플레이션과 이를 통제하기 위한 중립 수준 이상의 통화 긴축”이라며 “지나치게 높은 인플레이션은 투자와 소비 수요를 위축시키기 때문에, 앞으로의 경제 전망도 인플레이션 방향에 상당 부분 의존적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고 말했다.

이에 한은이 5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물가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 총재도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빅 스텝(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인상) 가능성, 중국에서의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 등으로 국내 물가의 상방 위험 뿐 아니라 경기의 하방 위험도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계빚 1862조원 ‘역대 최대’…‘고통’ 예고한 한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자리잡은 가계부채 축소도 통화정책을 통해 속도 조절에 나서야할 주요 과제다.

한은의 ‘가계신용(빚)’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1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카드 사용액(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대출만 1755조8000억원에 이른다. 모두 역대 최대 기록이다.

이 총재는 청문회에서 “만약 지금 막지 못하고 가계부채가 계속 증가하면, 나중에 더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한은이 기준금리를 (작년 8월 이후) 네 차례 올렸는데, 지난해 12월 이후 가계대출이 약간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다가 정체 상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금리가 올라가면, 고통스럽지만 시차를 두고 가계부채 상승률은 꺾일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금융당국 등과 소통과 조율에 나설 것도 밝혔다. 그는 “가계부채 문제는 부동산과도 관련돼 있어 금리로 시그널을 주는 건 중요하지만 한은의 금리정책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따라서 범정부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구조·재정·취약계층 문제 등을 고려해 종합적 솔루션(해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은, 국내 최고 싱크탱크로…우리경제 가장 잘 아는 조직으로

한은의 새 역할 정립도 그의 몫으로 남겨졌다. 한은은 조직문화 개혁을 위해 지난해 맥킨지에 의뢰해 진단을 받았는데,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은에서 받은 이 컨설팅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의 조직 건강도는 100점 만점에 38점에 그쳤다.

이 총재도 청문회에서 “한은을 우리 경제를 가장 잘 아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싱크탱크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며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준비된 안을 토대로 조기에 실행하면서 변화를 가져오도록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한은 노조도 ‘이창용 신임 총재에 큰 기대를 건다’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설문조사에서 조합원의 56%가 총재 취임에 긍정적이었다”며 “패배주의에 물든 조직 문화를 쇄신하는 동시에 대외적으로 국가·지방자치단체·민간부문 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활용도 높은 개방형 조직이 되도록 힘써달라”고 호소했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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