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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물가파이터’에게 농민친구 있냐 묻는 국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9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 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를 검증하는 인사청문회가 19일 열렸다. 큰 충돌은 없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인사청문회 당일 전체회의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표결 없이 채택했다.

문제는 과정이었다. 다그치기 관행과 어불성설 질문의 연속이었다. 이 총재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직과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아시아개발은행(ADB)수석 이코노미스트,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국장으로 활동한 경제 전문가다. 하지만 기재위원들이 한 질문으로는 이 후보자가 생각하는 현재 우리 경제에 대한 복안과 그가 만들고자 하는 한은에 대한 정확한 생각을 알 수 없었다.

일례로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것을 어디서 느끼냐”라는 질문에 소비자물가 지수로 이야기를 시작하자 “전통시장이나 마트, 백화점에 가봤냐”, “무·배추·양파 가격이 얼만지 아냐”, “농민인 친구가 있냐”고 다그치며 “대충 하면 안된다. 한국은행 총재는 국민의 숨소리를 들어야지 머리로 얘기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한은 총재는 그 어느 직무보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냉철한 판단이 요구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후보자님은 가슴이 없고 머리로 답변한다”는 호통은 덤이었다.

연말 국내 물가를 예상하라는 질문도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공급망 불안이 물가 폭등을 야기했다는 이 후보자의 이야기를 끊으며 한 의원은 “대충 올해 말쯤 되면 아니면 피크 때에 어느 정도 물가 상승까지 예상하냐, 간단하게 답하라”고 재촉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고, 전쟁 등 불확실성이 만연한 상황에서 8개월 후 물가를 수치로 말하라는 질문은 어떤 전문가라도 답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이 후보자는 “1~2년 정도는 물가 상승이 지속될 것 같다”고 답했다.

기준금리 결정 과정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전제되지 않은 질문도 나왔다. 한 의원은 “금리를 계속 올릴지 안 올릴지에 대한 후보자의 생각을 말하라”고 했다. 한은 총재라 할지라도 금리 인상 여부를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한은 금통위는 기본적으로 합의제 의결 기관으로 각각 금통위원이 독립적 의사를 표명할 수 있으며 표결을 통해 금리 변동을 결정한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을 갖고 있기에 총재 공백 상태였던 4월 금통위에서도 금리를 인상할 수 있었다. 한은 총재 후보자가 청문회 자리에서 금리 인상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오히려 시장에 시그널을 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 후보자는 이같은 질문에 “향후 금리가 계속 올라갈지는 지금 기조는 성장과 물가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 데이터를 보고 결정할 문제”라며 “5월 7월 결정에 있어서는 그때 나오는 데이터를 보고 성장과 물가의 양자를 잘 조율해 나갈 예정이기 때문에 일정한 방향으로는 말씀드리기 어렵고 데이터를 보면서 성장과 물가 양자를 균형적으로 바라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금리는 대출 보유 서민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한은 수장 검증에 세심함이 필요한 이유다. 다만 경제전문가를 앞에 두고 나올 질문들은 아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재위원들의 청문회 준비가 미비했다는 평도 들린다.

이밖에 미국에 장기간 거주했다는 이유로 “한국 중산층 서민에 대한 어려움을 가슴으로 체감해야하는데 우려가 된다”는 걱정도 나왔다. 이 총재는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 재임 시절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담당한 인물이다. 해외에 있었을지라도 한국 경제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 본 이다.

이런 질문들 사이에서 후보자 답변은 최선에 가까웠다. 단언하지는 않지만 현재 시점에서 후보자 본인의 소신과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했다. 물가와 금리에 대해서는 완곡한 답변으로 답했고, 한은 조직에 대한 개선 방안을 고민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우문현답’을 이어간 이 후보자의 태도가 한은 수장으로서도 발휘되길 기대한다.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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