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데스크 칼럼] 꿀벌 메시지

바야흐로 춘심(春心)을 자극하는 상춘의 계절이다. 매화, 목련에서 시작해 개나리, 벚꽃이 일주일 이상 빨리 만개해 화려한 꽃비를 내렸고, 철쭉과 진달래가 앞다퉈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복숭아와 배꽃은 곧 전국의 과수원을 뒤덮을 것이고, 라일락과 아카시아의 진한 향기가 마음을 설레게 할 것이다. 때 맞춰 코로나19 방역도 해제돼 상춘 명소들은 방문객들로 들썩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들뜬 분위기 속에 대재앙을 경고하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기후변화로 봄꽃의 개화시기가 들쭉날쭉해졌을 뿐만 아니라 꽃 사이를 붕붕거리며 날아다녀야 할 꿀벌들이 집단 폐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복숭아·배 등 과수는 이른 개화로 냉해 가능성이 커졌고, 특히 각종 농작물의 수분에 필수적인 꿀벌의 집단 폐사는 더 큰 재앙의 예고편이나 다름없다.

꿀벌 폐사의 원인은 꿀벌 해충인 응애 제거를 위한 농약의 과도한 사용과 겨울철 이상 고온 등 기후변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겨울철 일벌들은 공 모양으로 밀집된 형태를 유지하며 월동하는데 올겨울 이상 고온으로 밀집도가 약화하면서 체력이 소진돼 재앙이 발생한 것이란 분석이다.

당국의 조사 결과, 양봉용 꿀벌 255만봉군 가운데 6%인 240만봉군이 폐사한 것으로 추정됐고, 전남, 경남, 제주 등 남부지역의 피해가 컸다. 양봉협회는 전체 2만3697개 양봉농가 중 17%인 4137개 농가가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개체 수로는 70억~80억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꿀벌은 농작물의 수분활동에 필수적이며, 꿀벌의 위기는 곧 식량위기, 인류의 생존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환경오염과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파괴가 몰고 올 재앙에 대한 경고는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유엔 산하 생물다양성 정부간협의체(IPBES)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상 800만종 이상의 동식물 중 100만종 이상이 멸종위기에 놓여 있고, 벌과 나비 등 곤충도 예외가 아니다. 농경지의 경우 토양의 유기물 함량이 줄어들면서 전 세계 농지의 5분의 1에서 작물 수확량이 줄어들고 있고, 해양에서는 어족자원의 85%가 고갈되거나 생태계 붕괴위기에 직면해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를 계기로 환경재앙의 근본 원인인 성장과 이윤 중심의 경제 방식을 바꾸려 하지 않고, 이를 새로운 사업과 이윤창출의 기회로 삼는 경우다. IPBES는 꿀벌의 경제효과를 연간 2350억~5770억달러로 추산했다. 꿀벌 대체 산업을 육성할 경우 수백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국내총생산(GDP)도 늘릴 수 있다. 실제 일부 과수의 경우 꽃가루 분사기를 통한 인공수정 기술이 활용되고 있고, 꿀벌 수입과 대체 곤충의 개발도 추진되고 있다.

자본주의의 역사는 공유재를 끊임없이 사유화하는 한편 새로운 기술을 통해 시장을 창출하고, 이를 성장과 이윤창출의 동력으로 삼아왔던 것이나 다름없다. 그것이 물질 사용량과 폐기물을 늘리고 환경파괴와 기후변화를 가져왔다. 꿀벌의 수분활동은 지금까지 자연의 일부였다. 생태계와 생물다양성 보호의 시급성을 외면하고 이조차 사유화해 성장과 이윤추구의 수단으로 사용한다면 인류 멸종의 시간을 앞당길 뿐이다. 이것이 사라진 꿀벌들이 남긴 메시지가 아닐까.

hj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