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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규제개혁, 이번에는 제대로 하자

오는 5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이전 그 어떤 정부보다도 경제적으로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더욱이 정치적으로는 거대 야당의 견제와 진영주의를 소통과 협치를 통해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새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규제개혁의 경우도 상당수가 입법 과정이 요구되기 때문에 여소야대 정국에서 이를 실현하는 데에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한 국가의 경제발전과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핵심적 사항으로 인재와 자본 그리고 기술 등과 같은 소위 생산요소가 언급된다. 이와 더불어 제도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의 냉전 체제하에서 미국이 결국 승리하고, 남북한의 엄청난 경제력 차이를 초래한 핵심적인 요인은 무엇보다도 국가 주도 계획경제 체제보다 자유시장 경제 체제가 훨씬 더 인간의 본성에 적합하고 유연한 제도라는 점이 폭넓게 지적되고 있다. 그러면 자유시장 경제 체제하에서 국가의 발전은 어떤 요인에 의해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일까? 많은 이론이 있을 수 있지만 국내외 환경 변화에 유연하고 미래지향적으로 제도적 개선을 이뤄 나가는 국가들이 지속적인 성장과 번영을 이뤄나간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시대의 사회적·경제적 상황에 부적절하게 과도하거나 불합리한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화두는 기업의 경쟁력 제고라는 측면과 더불어 장기적인 국가번영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

지난 대부분의 정부에서도 규제개혁과 관련된 많은 방안이 추진됐으나 실제 기업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규제개혁은 매우 미진한 상황이다. 근거 없는 규제는 없고, 기존 규제와 연계돼서 고착화된 각종 이권과 기득권 그리고 정치적·관료적 이해관계로 인해 규제를 실효성 있게 개혁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상당수의 개혁이 법률 개정작업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 행정부 주도 규제개혁을 지연시키거나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행정부는 가능하다면 시행령이나 조례, 고시 등의 개정을 통해 신속하게 규제개혁을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 정부의 규제개혁 업무는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가 담당하고 있는데 인적 자원과 법적 위상의 한계로 인해 명실상부한 개혁위원회라기보다는 ‘규제억제위원회’라는 반쪽 역할에 국한되고 있다. 즉 각 부처에서 신설하고자 요청하는 규제를 허용해줄지만 결정할 뿐 기존 규제에 대한 폐지 내지 개혁업무는 매우 제한적으로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혁 대상 규제를 해당 부처가 자발적으로 제안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핵심적인 규제가 안건으로 부의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향후 규제개혁을 실효성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행의 규제개혁위원회를 금융위원회나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정부의 행정위원회로 격상하고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과반을 민간 전문가로 구성해서 규제 신설 여부는 물론 기존 규제를 독자적으로 검토해 존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정부 조직 개편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하면 대폭적인 인원 확충과 예산 지원 강화를 통해 현행 규제개혁위원회가 명실상부하게 규제개혁 업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향후 모든 규제는 제정 후 4~5년의 주기로 성과에 대한 사후적 비용편익 평가를 통해서 존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또 다부처 관련 복합·덩어리 규제를 국가적 차원에서 개혁해야 한다. 그리고 소위 손톱 밑의 가시로 여겨지는 지방자치단체의 중소기업 및 서민 관련 각종 규제도 통합·관리하는 체제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편 의원입법을 통한 과도한 규제가 발생되는 것을 사전적으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현행 행정부의 규제개혁위원회와 같은 독립적인 위원회를 국회의장 직속으로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태준 전 한국금융연구원장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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