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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조직 정비…더 쉽고 편안한, 더 새로운 금융사로”
취임 3개월…신한 디지털 거버넌스
조용병 회장이 직접 스카우트
금융사 유리천장·순혈주의 깨
전략·혁신·기획 3개팀으로 구성
소외계층 지원 ‘안전·신뢰 금융’ 추구
핀테크업 등 280개 유망 기업 투자
‘재미·간편’ 추구 MZ세대 잡기 모색
기존인력 로드맵 제시 디지털전환 도와
비용절감 등 측정지표 고도화 작업중
김명희 신한지주 CDO가 그룹의 디지털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디지털 혁신이 온라인으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월마트도 아마존을 벤치마킹했지만, 아마존도 오프라인 홀세일을 인수했다. 당장 인터넷 전문은행도 전통은행이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 아닌가. 결국 디지털 혁신이란 온·오프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다.”

‘빅블러(Big Blur)’의 시대다.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면서, 이제 금융도 플랫폼으로 사람을 모은다. 그렇다고 곳곳에 오프라인 점포를 비효율적이란 이유로 무작정 줄일 순 없다. 디지털 혁신의 길이 새롭고도 어려운 이유다.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최고디지털책임자(CDO·Chief Digital Officer) 부사장으로 은행 사외이사를 지낸 김명희 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을 영입했다.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이 직접 데려온 인물이다. 보수적인 금융사의 유리천장과 순혈주의를 한꺼번에 부수고, 핵심 전략을 맡게 된 그를 만났다. 조 회장은 김 부사장에게 ‘챌린저, 이노베이터, 오케스트레이터(orchestrator), 트랜스포머’ 등 네 가지 임무를 줬다.

그는 “개인적으로 CDO가 갖춰야할 것으로,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전문성,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인사이트, 고객 중심의 사고방식, 그룹사와의 소통 및 협업 능력, 대내외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 지주 디지털 부문 뿐만 아니라 전체 15개 그룹사 디지털 조직을 한 방향으로 이끄는 리더십을 꼽고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 꼽은 역할을 설명하면서, 긴장보단 자신감이 느껴졌다. “사실상 CoE(Center of Excellence)로서 그룹 임직원의 디지털 능력을 업그레이드하는 트랜스포머의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한다”며 “지금껏 경험하고 준비한 모든 역량을 총체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업무라, 개인적으로도 기대가 크다”고 했다.

신한이 목표로 한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쏠(SOL)과 플레이(pLay) 각각 1000만이다. 이를 이룰 경우, 산술적으론 2000만으로 금융지주사 중 가장 영향력있는 플랫폼이 된다.

김 부사장은 취임 이후 3개월간 신한의 디지털 조직을 속도감있게 재정비하며 디지털 거버넌스 체계를 새로 짰다.

그는 “CDO편제하에는 디지털전략팀과 디지털혁신팀이 신설됐고 ICT기획팀이 편입되어 지주 디지털부문은 산하에 3개 팀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 모든 개편의 키워드는 ‘더 쉽고 편안한, 더 새로운 금융’으로 모아지는 신한의 새 비전으로 요약된다.

김 부사장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 사용성을 더 쉽게, 디지털 영역에서 소외계층을 지원하며 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편안한 금융을 추구한다. 또 고객 기대를 넘고, 다양한 분야의 파트너십을 통해 미래 투자와 오픈이노베이션으로 혁신을 가속화하는 더 새로운 금융도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에 미래투자와 사회적 공헌도 함께 한다. 그는 “퓨처스랩 프로그램을 통해 280개 유망 기업을 키우고 이 중 일부는 성장해 디지털전략투자(SI)펀드로 투자 받기도 한다”며 “SI펀드 규모가 3000억원으로, 핀테크업을 비롯한 다양한 기업에 투자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고객에게 다가가기 위한 콘텐츠 고민이 크다. 실제 테크핀, 핀테크를 비롯한 전통 금융사들도 ‘재미’와 ‘간편함’을 추구하며 디지털 시대의 주 소비층으로 자리매김한 MZ세대를 잡기 위한 각종 전략을 세우고 있다.

김 부사장은 “신한도 이미 각 연령대별 소구하는 콘텐츠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다만 플랫폼 방문을 늘리려면, 더 흥미(interest)로운 요소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NFT, 메타버스 등 다양한 재미(FUN)적 요소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 김 부사장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흡수하고, 시장에 내놓아야 MAU증가로 이어진다”면서 “인스타그래머블한 맛집 등을 방문하는 등 오프라인에서 많은 이들에게 집중되고 있는 곳도 줄서서 찾아보곤 한다. 재미적 감수성을 놓치지 않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SOL과 pLay MAU가 25~30% 가량 성장했다. 업계 성장폭이 큰 편이다”면서 “쉽고 빠른 금융, 높아진 고객 눈높이에 맞춰 그룹 차원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개인화 서비스나 상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그는 진작부터 ‘행동파’였다. 김 부사장은 “은행 사외이사 시절, 데이터 중심 의사결정이 필요한데 자료가 데이터에 근거해서 올라오지 않을 때 의견을 적극 냈다”면서 “동시에 현장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인지 궁금해 직접 영업점을 방문해 상담도 받고, 이벤트도 참여한 뒤 고객 입장에서 피드백을 즉각 줬다”고 말했다.

그는 “‘더 쉽고 편안한, 더 새로운 금융’ 이라는 비전은 비금융 영역까지 침투해야 이뤄질 수 있다”며 “‘땡겨요’ 같은 상생 사업은 결국 고객 중심 디지털전환과 사회적 상생(ESG,환경·사회·지배구조)일체화에서 나온 새로운 시도다”고 설명했다.

인력양성도 중요한 문제다. 김 부사장은 “디지털이란 지금 당장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중장기적인 지속가능한 발전을 밑바탕으로 해야 한다”면서 “ICT개발이나 전문가 트랙도 필요하지만 현업에서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신한의 기존 인력은 엑스퍼트와 씨티즌 직무로 나눠 각 인력에 맞는 로드맵을 제안하고 디지털전환을 돕고 있다.

그는 “우리는 창구 업무도 있고, 인터넷전문은행처럼 개발자 비중이 높을 필요는 없다”면서 “영역을 나눠 지속적으로 디지털 엑스퍼트인지 디지털 씨티즌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목표에 맞게 역할을 수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목표는 숫자로 제시되고 성과가 측정돼야 한다는 생각도 있다. 때문에 디지털이 어느 가치를 지니는지 측정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측정하지 않는 건 개선할 수 없다’는 말을 인용하며 “디지털전환에 따른 전략적인 비용 절감, 재무적 성과 등의 측정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각각의 목표를 구체화하고 실제 목표가 수익으로 이뤄지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다”고 전했다.

성연진·서정은 기자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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