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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대차3법 보완 계획에 전세매물 ‘쏙’…폭풍전야 임대차시장 [부동산360]
인수위 임대차3법 축소·폐지 추진에 전세시장 눈치보기
7월31일 이후 시장 변화 촉각
전세매물 감소세...전셋값 벌써 ‘꿈틀’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9.4. 올 1~3월 KB국민은행 집계 ‘월간 서울 전세거래지수’ 평균치다. 봄 이사철을 앞둔 시기 전세 거래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 지수는 0~200 범위로 수치가 낮을수록 전세를 구하려 중개업소를 찾는 사람이 줄었다는 의미다. 이 시기 서울 전세거래지수가 한자리 수로 떨어진 건 조사를 시작한 2003년 이래 처음이다. 이는 부동산중개업소의 90% 이상이 전세 거래가 ‘한산하다’고 응답해야 나오는 수치다. 당장 지난해 같은 기간(16.2)이나, 2020년(28.0)과 비교해도 절반 내지 3분의1 수준으로 썰렁하다.

역대 가장 조용한 봄 전세시장이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불안하다. 세입자나 집주인이나 향후 달라질 시장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변곡점은 오는 7월31일이다. 임대차3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 중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시행 2년을 지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임차인이 계약을 2년 더 연장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셋값을 5% 이내에서만 올릴 수 있는 전월세상한제를 적용받았던 전세물량이 8월부터 하나둘 시장에 나와 새로 계약을 해야 한다.

전세시장은 지금 같은 단지 같은 크기인데 ‘신규 계약’과 계약갱신청구권을 쓴 ‘재계약’의 가격차이가 수억원씩 벌어진 곳이 흔해졌다. 8월부턴 기존 재계약 전세가 시중에서 새로운 임차인을 맞으면서, 신규 계약과 벌어진 차이만큼 가격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게시판에 전세 및 월세 시세가 표시돼 있다. [연합]

공급이 적다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량은 1만8808가구로 2020년 4만5380가구, 2021년 3만1215가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새 아파트 입주가 줄면 전세 물량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8월 이후엔 학군수요도 움직이기 시작한다”며 “지금 전월세 시장은 엄청난 변화를 앞에 뒀다는 의미에서 ‘폭풍전야’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임대차3법 손질하겠다는 인수위= “현장에서 들어보니 잘못된 임대차3법 규제 때문에 서민들이 받는 고통이 너무 크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7월 국민의힘 대선예비후보로 등록한 직후 찾아간 서울 도봉구 소재 한 중개업소에서 한 말이다.

그로부터 8개월 후 윤 후보는 당선인이 돼 부동산 규제완화 첫 번째 해결과제로 임대차3법을 없애겠다고 나섰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문재인 정부 대표 부동산 정책인 임대차3법을 ‘실패했다’고 규정하고, “폐지와 축소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폭풍전야 전세시장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당장 시장에선 전세매물을 거둬들이는 사례가 곳곳에서 나타났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은 2만9076건으로 일주일 전(3만749건)과 비교해 5.5% 줄었다. 20대 대선일인 같은 달 9일(3만2168건)과 비교하면 9.6%나 감소했다. 대선 직전 전세매물이 계속 증가 추세였던 점을 염두에 두면 대선을 기점으로 집주인의 ‘매물 거두기’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복수의 중개업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전세매물이 감소하고 있는 건, 집주인이 새 정부에서 받게 될 혜택을 기대하면서 전세 계약을 미루는 게 원인이다. 인수위는 법을 바꿔야 하는 임대차3법 폐지 및 축소를 추진하면서 일단 정부차원에서 할 수 있는 단기적 과제로 임대인에게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임대인이 자발적으로 계약기간을 4년 연장하거나, 임대료를 시세보다 덜 올리면 인센티브를 따로 주는 방안 등이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전세매물이 줄고 있다는 건 전셋값을 자극하는 요인이 된다. 전세시장 불안의 서막이 인수위의 임대인 혜택 확대 계획으로 앞당겨 질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최근 하락하던 전셋값은 낙폭을 줄이며 상승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은 –0.02%로 전주(–0.03%)보다 하락폭이 축소됐다.

심교언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동산태스크포스 팀장이 임대차3법 폐지 및 축소 추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

▶임대차3법 폐지보단 보완책 마련 가능성= 윤석열 당선인은 지난 2월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7월이면 임대 기한이 만료돼 전세가 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에 임대차3법 개정을 먼저 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하지만 임대차3법을 손질하는 건 국회에서 법을 바꿔야 가능한 사안이기 때문에 7월 이전에 추진하는 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2020년 21대 국회 출범 직후 관련법(주택임대차보호법,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단독으로 밀어붙인 주체가 현재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기 때문이다. 임대차법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걸 민주당 의원들이 협조할 리 만무하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후보도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적 완화 등 여러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려 했으면서도, 임대차3법에 대해선 “제도를 안착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민주당은 여전히 임대차3법이 부작용보다 장점이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임대차3법 시행 이후 계약갱신률이 70%에 이르는 등 세입자들과 무주택자의 주거가 안정돼 가고 있다”며 “(축소나 폐지하면) 임대차 시장에 대단한 혼란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새 정부와 임대차3법을 폐지하고 축소하는 걸 논의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입법 보완을 준비하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쓸 때뿐 아니라 신규 계약 때도 전월세상한제를 적용하거나 인근 시세를 반영해 상한선을 정하는 ‘비교가격제’를 도입하는 방안까지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새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의회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과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인수위는 표면적으론 민주당을 설득해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면서도, 법 개정이 장기전으로 갈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당장 시행 가능한 보완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인수위 부동산 태스크포스 팀장인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먼저 정부 소관으로 가능한 민간 임대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제도변화를 앞둔 주택시장은 거래가 감소하는 소강상태에 빠진다. 집주인이나, 세입자나 이해득실을 따지며 눈치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어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거래가 한번 터지면 시장은 한쪽 방향으로 스프링처럼 튄다. 소강상태가 길었던 만큼 상승, 혹은 하락 정도는 커진다.

임대차3법 폐지냐 강화냐를 둘러싸고 올해도 여야의 힘겨루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사이 전셋값은 더 불안해질 가능성이 크다. 전세시장은 지금 ‘폭풍전야’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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