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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서 소득하위 20%가 상위 20% 집 사려면?…‘저축만 100년’[부동산360]
부동산원 4분기 PIR서 역대 최고 기록
월급 한 푼 안 쓰고 모아야 하는 기간
중산층도 중간가격대 집 마련에 13.4년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서울에서 연소득 하위 20%가 평균 주택가격 상위 20%에 해당하는 집을 사려면 100년은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과 동떨어질 정도로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현 정부 들어 저축해야 하는 기간도 38년 추가된 것으로 파악됐다.

중산층이 중간가격대 집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모아야 하는 기간도 13년 이상으로 더 늘었는데, 생활비로 빠지는 돈과 제한된 대출 등을 고려하면 서울 ‘내 집 마련’은 드러난 수치보다 더 어려운 일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강남권의 아파트 밀집지역의 모습 [헤럴드경제DB]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지역 ‘연소득 대비 주택구매가격 비율’(PIR)은 1분위 소득과 5분위 평균 주택가격 기준으로 99.5로 집계됐다. 이는 2012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역대 최고치다.

PIR은 주택가격을 가구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1분위(하위 20%)~5분위(상위 20%)로 구분해 총 25개의 수치를 산출한다. 1분위 소득·5분위 평균 주택가격 기준으로 보면, 소득 하위 20%가 99.5년간 연간 소득을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상위 20%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정부가 출범한 2017년 2분기 이 수치는 61.9였는데 이듬해 1분기 79.9로 뛰어올라 70을 넘어섰고, 그 해 3분기 81.5, 2019년 91.9로 각각 앞자리를 바꿨다. 이후 80 안팎에서 움직이다가 지난해 4분기 단번에 99.5로 올라섰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소득 하위 20%가 벌어들이는 소득만으로 상위 20% 주택을 구입하려면 사실상 100년이 걸린다는 것”이라며 “PIR은 가계동향조사 5분위 가구소득 분기 공표 시점에 맞춰서 발표하는데 지난해 3분기보다 4분기에 분모값(소득)이 작아진 데다 주택통계 표본 확대, 평균 주택가격의 꾸준한 상승 등으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 중산층의 중간가격대 ‘내 집 마련’ 기간도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분위 소득과 3분위 평균 주택가격 기준 PIR은 13.4로 조사됐다. 이 역시 역대 최고치로, 월급만으로 해당 주택을 구매하는데 13.4년 걸린다는 의미다.

서울 중산층 PIR은 2012년~2021년 상반기까지 최저 7.5, 최고 9.5를 기록했었다. 집값이 계속 오른 데다 부동산원이 주택통계 표본 수를 늘려 체감 상승폭에 가까운 통계를 내놓는 과정에서 이 수치도 지난해 3분기 12.6, 4분기 13.4로 크게 뛰었다.

PIR은 벌어들이는 소득을 쓰지 않고 모은다는 걸 전제로 한 수치인 만큼, 생활비나 대출 규제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모은 돈으로 내 집 마련을 하는 데는 30년 정도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집값 향방에 따라 이 기간은 더 늘거나 줄어들 수도 있다. 부동산원은 5분위 평균 주택가격을 별도로 공개하진 않는데, 민간통계인 KB부동산 수치를 참고하면 서울의 평균 주택가격은 지난해 12월 기준 3분위가 11억2557만원, 5분위가 23억8229만원이다.

주택 마련 과정에서 중산층의 대출상환 부담도 더 커졌다. 지난해 4분기 서울 주택종합(아파트·연립·단독 포함) 주택구매력지수(HAI)는 역대 최저치인 72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기준 HAI는 현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2분기 81.2에서 지난해 4분기 54.3까지 떨어졌다.

이 지수는 중위가구의 소득을 대출상환 가능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중간 정도의 소득인 가구가 금융기관 대출을 받아 중간가격대 주택을 산다고 가정할 때, 대출 원리금 상환에 필요한 금액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다. 지수가 100보다 크면 대출금 상환에 필요한 소득을 벌고 있어 큰 무리 없이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며, 50보다 낮으면 소득의 절반 이상을 대출금 상환에 사용한다는 의미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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