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 세 번째)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샘 존슨 회의실에서 케빈 브레디 미 하원 세입위 간사 등과 '미 하원 세입위원회 라운드테이블' 회의를 하고 있다. 통상 담당 세입위 소속 11명의 하원 의원들이 참석한 양국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다.[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0주년 기념 행사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바이든 미 정부가 아시아태평양 무역질서에서 중국에 주도권을 주지 않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구상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공약을 통해 IPEF 참여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또 여 본부장은 한미FTA 10년을 바탕으로 철강 232조 관세 개선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여 본부장은 전날(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미국의 대표적 통상전문기관인 국제통상협회(WITA)가 주최한 한미FTA 발효 10주년 기념 화상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여 본부장은 “우리는 IPEF를 매우 긍정적인 발전이라고 여긴다”며 “우리는 미국 리더십이 역내로 복귀한 것을 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IPEF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 발표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공동 번영을 위한 포괄적인 경제협력 구상을 지칭한다. 우리 정부는 철저히 국익 극대화 관점에서 가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여 본부장은“ 다자 규칙 설정 노력은 매우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서 ”우리는 IPEF와 다른 형태의 다자 합의를 발전시키는 데 있어 미국, 뜻이 맞는 모든 국가와의 논의에 관여하길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IPEF는 한미 FTA 10년의 성공적 경험 위에 한미가 구축할 좋은 플랫폼으로서 기능할 것”이라고덧붙였다.

여 본부장은 지난 14일부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학영·강훈식 의원,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들과 함께 한미FTA 10주년 기념 행사 참석차 미국에 머무르고 있다.

여 본부장과 여야 의원들은 이날 미 하원 세입위원회 위원들의 초대로 한미 통상현안에 관한 라운드테이블에 이어 영 김 한국계 하원의원 ,톰 카퍼 상원의원 등과 연이어 면담을 진행했다. 통상 담당 세입위 소속 11명의 하원 의원들이 참석한 양국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여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한미 FTA 10주년을 기반으로 양국 통상협력을 통해 철강 232조 개선과 한국인 전문직 비자쿼터 신설에 대한 지지와 관심을 요청했다. 미국은 유럽연합(EU)에 이어 일본과도 철강 관세 분쟁을 끝냈지만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여전히 수출물량 제한에 풀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관세 부과 대신 2015~2017년 철강 완제품 평균 물량의 70%로 수출량을 제한하는 쿼터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2015∼2017년 연평균 383만t이던 한국산 철강의 미국 수출량은 지난해 269만t대로 축소됐다.

한국인 전용 전문직 취업비자 법안은 한미 FTA 체결 직후인 2013년부터 미 의회 회기마다 발의됐지만, 처음으로 지난달 미 하원 문턱을 넘었다.한국인 전용 전문직 취업비자는 여 본부장이 지난해 11월 우리나라에서 열린 한미 FTA 공동위원회에서 강력하게 요청한 바 있다. 미 행정부가 현재 국가별 전문직 취업비자 쿼터를 따로 주는 곳은 캐나다, 멕시코, 싱가포르, 호주, 칠레 등 5개국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