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순대외금융자산이 역대 최대를 달성했다. 미국, 유럽 등 해외 주식이 상승세를 이어가며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이른바 '서학개미'들이 늘었고, 동시에 환율도 올라 대외금융자산 규모가 커졌다.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율이 소폭 줄면서 건전성 측면도 개선됐다. 다만 외국에 갚아야할 돈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순대외채권은 2년 연속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1년말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해말 우리나라의 순대외금융자산은 6379억달러로 처음으로 6000억달러를 넘었다. 전년말(4661억달러)에 비해서는 1718억원 증가했다.

순대외금융자산은 국내 거주자의 해외투자(대외금융자산)에서 외국인 국내투자(대외금융부채) 잔액을 뺀 수치다. 지난해 말 대외금융자산은 2조1610억달러(+1982억달러), 대외금융부채는 1조5231억달러(+264억달러)로 집계됐다.

외국인이 국내에 투자한 금액도 전년말 대비 늘었으나, 국내 거주자들이 미국 증시 상승 등을 보고 적극적인 해외투자를 감행한 게 더 컸다. 지난해 다우존스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18.2%, 21.4%오른 데 반해 국내 코스피지수는 3.6% 상승에 그쳤다. 이에 따라 국내 거주자의 증권투자는 지분증권 투자 확대 및 미국주가 상승 등으로 1270억달러 증가했다.

환율 등 비거래요인도 대외금융자산(+193억달러)을 늘리고 대외금융부채(-766억달러)를 줄이면서 순대외금융자산(+959억달러)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의 대외지급능력을 의미하는 순대외채권은 4494억달러로 전년말 대비 334억달러 감소했다. 순대외채권은 지난해 2008년 이후 12년만에 처음으로 감소전환한 데 이어 2년 연속 줄고 있다.

순대외채권은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받아야 할 돈(대외채권)에서 갚아야 할 돈(대외채무)을 뺀 것인데, 지난해 대외채무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외채권(1조779억달러)은 전년말 대비 502억달러 늘고 대외채무(6285억달러)는 전년말 대비 836억달러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장기 채권을 중심으로 하는 부채성 증권이 늘어난 영향인데 외국인의 장기 투자가 확대된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은은 건전성 측면은 개선됐다고 발표했다. 한은에 따르면 단기외채/준비자산(외환보유액) 비율(35.9%)과 단기외채/대외채무 비중(26.4%)은 전년말 대비 각각 0.1%포인트, 2.8%포인트 하락했다.

한은 관계자는 "어떤 상황이 도래했을 때 장기채권은 천천히 빠지는 반면 단기는 바로 뺄 수 있기 때문에 단기외채 비중이 줄어드는 것은 건전성 측면에서 좋은 신호"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