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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회색코뿔소’를 막는 자와 부르는 자

‘회색코뿔소’는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나타난 개념이다. 갑자기 발생한 위험이 아니라 계속적인 경고로 알려져 있지만 이를 간과하다 큰 위기에 봉착한다는 경제용어다. 몸집이 큰 코뿔소는 멀리 있어도 눈에 잘 띄고 진동만으로 움직임을 느낄 수 있지만 정작 가까이 다가오면 두려움 때문에 우왕좌왕하거나 대처방법을 몰라 일부러 외면해 버리는 것에 비유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올 초 한국경제에 ‘회색코뿔소’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로 얼어붙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풀었던 각국의 유동성 파티가 끝나면, 부동산과 주식·가상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갔던 돈이 막히며 자산가격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 ‘빚투’와 ‘영끌’이 벼랑끝에 설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가계부채 1800조원을 넘긴 상황에서 통화정책 정상화로 금리가 오르고,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공급 병목과 물가상승이 이어지면 회색코뿔소는 어느 새 눈앞에 서 있을지 모른다.

실제 미국에서 ‘긴축’ 움직임에 설 연휴를 앞두고 원화 가치는 급락하고, 주식시장은 휘청였다. 3일 다시 반등세로 시장이 문을 열었지만 변동성은 여전하다. 지난달엔 유가 급등과 중간재 수입이 확대되면서 무역적자가 49억달러를 기록했다. 에너지 가격상승에 따른 계절적 요인으로 보이지만 글로벌 공급 병목 완화시점을 짚어내기란 어렵다.

어느 때보다 경제 흐름을 잘 읽는 정책의 정교함이 요구되는 때다. 특히 각국이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며 유동성 잔치를 마무리 짓는 이때,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선 우리나라는 더욱 유기적 경제정책이 필요하다.

최근 BNP파리바가 낸 ‘한국 대선 경제전망 보고서’는 결국 “누가 대통령이 되든 금리가 오를 것”으로 결론 짓고 있다.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대선주자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정부가 제시한 예산은 부족하다”며 재정 확장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경제에 대한 비전이 다르지만 결국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모이고 이로 인해 채권시장에 부담을 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한국의 금리정책은 확장적 국면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돈을 뿌리려 국채를 더 찍으면 채권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는 오른다. 원화 가치 하락과 물가상승도 도미노처럼 이어진다. 재정적자는 지난해 22조원 수준에서 올해 68조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이자 부담’도 이미 현실화됐다. 지난해 12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3.63%로 2014년 5월 이후 가장 높다. 이자는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선 올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고려해 3년물 국고채 연간 밴드 상단을 20bp(1bp=0.01%)씩 올렸다.

그러나 다음 한국을 이끌 대선주자들에겐 위기 의식이 없다. 경제에 대한 비전은 다르지만 더 많은 정부 지출을 통한 선심성 정책은 하나 같다. 국제 경제의 흐름을 이해하거나 미국이나 중국발 외풍을 감지하는 이도 없다. 오죽 하면 누가 되더라도 채권시장에 부담은 매 한 가지라는 보고서마저 나왔겠는가. ‘회색코뿔소’는 바로 경제를 모르는 대통령일지도 모른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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