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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값 상승률 1위→전국 유일 하락지역으로…세종 ‘급급매’만 팔린다 [부동산360]
아파트값 ‘역대 최대’ 낙폭기록 이어져
고점 대비 1억원 이상 내린 거래 속출
하락세에 ‘더 지켜보자’ 관망도 굳어져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호가가 5000만원 정도 떨어진 건 급매 축에도 못 끼죠. 찾는 사람도 없다니깐요. 거의 거래가 안 되는 상황에서 ‘급급매’만 뜨문뜨문 나가고(거래되고) 있다고 보면 돼요.”

지난 24일 세종시 도담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공인중개사는 컴퓨터 모니터로 거래 현황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많이 빠지긴 했네”, “집주인이 급했나 보네”라고 혼잣말을 섞어가며 시장 상황을 이같이 전했다. 이달 도담동 도램마을10단지·11단지에서는 지난 2~3월 최고가 대비 9000만~1억3000만원 내린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며 “더 빨리 못 사서 난리였던 작년과는 분위기가 딴판”이라고도 덧붙였다.

세종시 도담동의 아파트 단지 밀집지역의 모습 [헤럴드경제DB]

세종시 아파트 매매시장의 분위기가 1년 만에 급변했다. 세종시는 지난해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 1위 지역’(한국부동산원 주간통계 기준 42.37%)에서 올해 ‘전국 유일의 아파트값 하락 지역’(이달 20일 누적기준 -0.05%)이 됐다. 최근 전국에서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긴 하나, 아파트값이 ‘마이너스 전환’한 곳은 세종시뿐이다. 이달 들어선 주간 아파트값 하락률이 0.33%→0.47%→0.57%로, 3주 연속 역대 최대 수준의 낙폭을 기록했다. 지난달 월별 통계에서도 역대 최대 하락폭(-0.82%)이 찍힐 정도로 침체 분위기가 역력하다.

일대 공인중개사들은 ‘급급매’ 등 사연 있는 매물을 제외하곤 거래가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지난해 집값이 요동칠 당시 ‘평형 갈아타기’ 등 서둘러 매수에 나선 실수요자 중, 일시적 1가구 2주택자가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 기간(1년)을 맞추기 위해 고점 대비 크게 내린 가격에 집을 내놓고 있다는 설명도 더해졌다.

세종시 종촌동 아파트단지 밀집지역의 모습 [헤럴드경제DB]

반곡동에선 이달 ‘수루배마을1단지’ 전용면적 84㎡가 불과 2개월 전 최고가인 9억7500만원보다 1억7500만원 떨어진 8억원에 거래됐다. 인근 6단지에서도 지난 2~4월 최고가 대비 1억원 이상 내린 가격에 성사된 거래가 잇달아 나왔다. 이런 사례에 대해 묻자 인근 공인중개사는 “이게 시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모두 정상거래가 맞다”며 “두 달 전보다 1억7500만원 내린 가격에 매매된 사례는 일시적 1가구 2주택자가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맞추려고 이번달 안에 잔금을 치르는 조건으로 판 것인데, 세금을 내느니 집값을 낮추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전했다.

아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세종시 곳곳에서 ‘돌발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는 “지난 3월 최고가 6억원에 거래됐던 집을 5억원에 팔겠다고 마음먹었던 사람도 결국은 4억4000만원에 거래했다”면서 “관심을 보인 매수자에게 급하게 팔려고 하다 보니 가격이 왕창 내려가는 돌발상황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일부 단지에서 이 같은 사례가 나오자 매수 희망자 사이에선 ‘더 지켜보자’는 관망세도 굳어지고 있다는 전언도 이어졌다. 아름동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그간 세종시 집값이 너무 올라서 아예 접근을 못 하다가 대전, 청주 등에서 넘어오겠다고 문의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그렇지만, 집주인과의 눈높이가 달라 거래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 집값이 ‘폭등’ 수준으로 올랐던 만큼 상승장이 계속될 순 없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집값 고점 피로감에 대출 규제, 금리 인상, 세 부담 강화 등으로 매수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입주물량 증가(7600여가구), 정부의 신규 공공택지 조성 계획(연기면 6000가구, 조치원읍 7000가구 규모) 등에 따른 공급 과잉 우려가 집값 하락에 힘을 더하는 모습이라고 공인중개사들은 설명했다.

향후 시장에 대한 전망은 엇갈렸다. 일대에선 당분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으나 내년 봄 이후에는 또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이 흘러나왔다. 일시적 1가구 2주택자 물량이 내년 초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공급·입주물량이 올해를 기점으로 줄어들고, 국회 이전 등 개발 호재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점에서다. 반면 강력한 대출 규제 속에서 뚜렷한 집값 상승이 나타나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세종시는 지난해 집값이 워낙 급등한 데다 올해는 공급물량도 쏟아지면서 작년과는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면서 “이런 와중에 국회의사당 세종 분원 설치 등 정책 방향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여전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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