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 원금손실 全無…이음PE 상생의 투자전략

[헤럴드경제=김성미 기자] 올해 사모펀드(PEF) 운용사 사람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이음PE의 전략에 대해 알아봐 달라는 부탁이었다. 국내 PE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운용사도 수백개로 늘어나면서 펀드 조성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음PE가 굵직한 연기금·공제회 출자사업마다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음PE가 다른 곳들과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내부수익률(IRR)도 15%로 20%를 훌쩍 넘는 곳들과 비교해 높은 편은 아니다. 서동범 이음PE 대표이사 등 파트너들의 커리어 또한 여느 PE와 비슷하다. 하지만 결정적 차이가 하나 있다. 빠른 투자회수(exit) 속도다. 그동안 회수한 18개의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니 단 1개를 제외하면 모두 3년 안에 회수를 완료했다. 기업가치 향상(value up) 전략이 주효해 매수자가 등장하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투자 회수에 나선 결과다.

더 보유하고 있을 경우 몸값이 오를 만한 포트폴리오도 있었다. PE 업계 최초로 투자한 음식폐기물 처리업체인 ‘리클린’이 대표적이다. 이음PE는 2014년 9월 리클린에 투자, 2년 반 만인 2017년 2월 맥쿼리에 매각했다. 45%라는 경이로운 IRR을 기록하긴 했지만, 조금 아쉽다는 평가도 있다. 당시 폐기물 업체에 대한 기업가치평가(valuation)가 무한대로 높아지고 있던 상황임에 따라 조금 더 보유했다면 더 높은 가격을 받았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음PE는 12년간 고수해온 원칙을 지켰다. 계획대로 기업가치가 향상된 데다 적절한 매수자가 등장하자 주저 없이 매각을 진행했다.

다른 PEF 운용사라면 ‘조금 더’를 외칠 만한 상황이지만, 이음PE는 더 욕심을 내지 않고 빠르게 회수에 나섰다. ‘안정성’을 고수하는 것이 이음PE의 핵심 전략이다. 덕분에 IRR이 크게 높지 않아도 원금 손실을 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바로 이 점이 출자자(LP)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중형 이상의 PEF 운용사라면 어느 곳이나 ‘대박’ 포트폴리오는 있다. 하지만 팔 때를 놓쳐 보유 기간이 길어진 포트폴리오 또한 어디든 하나씩은 있다. 회수를 놓친 포트폴리오 탓에 펀드 만기를 연장하며 10년이 넘도록 청산하지 못한 펀드도 눈에 띄곤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인플레이션, 산업 패러다임 변화 등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수익성보다 안정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투자에 있어 ‘잘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잘 파는’ 일이다. 살 사람이 많을 때 좋을 값을 받을 수 있다. 파는 입장에서도 남는 장사가 되어야 하지만, 사는 입장에서도 얻을 게 남아있어야 좋은 거래가 될 수 있다. 항상 가장 높은 값에 팔려가 때를 놓치는 이들이 적잖은 것도 상생(相生)의 이치를 잘 이해하지 못한 때문이다. 대박 보다는 실패가 없는 이음PE의 투자전략은 PEF 뿐 아니라 일반 투자자들도 가슴에 새길만한 것으로 생각된다.

miii03@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