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리더스칼럼]건강한 급식, 건강한 지구

지난해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군에서 발생한 음식물쓰레기가 역대 최대치인 10만5000t을 기록했다. 육군 장병 1인당 연간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은 182㎏으로, 국민 1인당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인 132㎏에 비해 38%나 많다.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은 연간 142억원에 육박하고 있고, 음식물쓰레기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17만6000t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장병들의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국민의 소중한 세금 손실을 막기 위해, 그리고 음식물폐기물로 인한 환경오염과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도 개선이 시급하다.

얼마 전 군 급식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 평택의 공군부대를 방문해 장병들과 함께 점심을 했다. 올해 7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공공급식전자조달시스템(eaT)’이 군 급식 식재료 조달 체계 개선을 위한 시범 운영 시스템으로 채택된 바 있다. 이에 따라 9월부터 대대급 4개 부대에 대해 전자조달시스템을 활용한 시범사업이 시행 중이다. 이번 시범사업은 창군 이래 최초로 ‘선(先)식단 편성, 후(後)식재료 경쟁 조달’ 체계 도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의 군 식재료 납품은 1970년부터 시행된 방식으로 국방부와 농축수협이 1년 단위로 수의계약을 맺고 계획 생산하는 체계다. 어떤 식단을 구성할지 협의를 통해 미리 정하고 물량을 받는 방식이다. 공급처가 연중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장병들의 기호를 반영한 다양한 식재료를 공급하기 어렵다는 것은 단점으로 지적돼왔다. 전자조달시스템을 도입하면 매월 식단을 편성한 뒤 필요한 식재료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변경되기에 다양한 메뉴 구성이 가능해진다.

실제로 시범사업을 추진 중인 부대에서 170종에 불과하던 평균 식재료 숫자가 477종으로 대폭 늘어나기도 했다. 기존에는 공급되지 않던 신규 식재료가 늘면서 MZ세대 장병들이 선호하는 여러 가지 메뉴로 군 급식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원물 중심의 식재료 위주에서 벗어나 반가공 등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식재료가 늘어나면서 조리병의 업무도 크게 경감됐다. 전자조달시스템 시범 운영 후 장병들의 급식 만족도는 23%포인트(p)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대 관계자에 따르면, 시범 운영 이후 장병들의 잔반 배출량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식재료가 다양해지면서 음식의 맛이 풍부해지고, 먹지 않고 버리는 잔반량이 줄어든 것이다. 앞으로 공공급식전자조달시스템 도입이 확대된다면 음식물 폐기에 소요되는 예산이 크게 줄어들고, 탄소배출도 획기적으로 절감될 수 있다. 초기에는 계약 방식을 바꾸면서 수입산 식재료 비중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일부 우려도 있었으나 국내산 및 지역산 우선 사용 원칙 아래 현재 공공급식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해 식재료의 96% 이상이 안전한 국내산으로 공급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국내산·지역산 농축수산물이 군 급식에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현장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미국의 영양요법전문가 줄리아 로스는 사람들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가 영양학적 요구를 제대로 충족하지 못한 탓이라고 했다. 영양학적으로 균형 잡힌 음식을 충분히 섭취해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군 급식이 장병들의 사기 진작과 무관하지 않은 이유다. 다양한 식재료로 만든 맛있고 질 좋은 급식은 장병들의 체력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건강도 튼튼히 할 수 있다. 버려지는 음식물을 줄이는 탄소중립 실천으로 지구를 보다 건강하게 만들 수 있음은 물론이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oskymo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