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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can영상] "숏패딩이 대세? 난 나만의 유행 따를래"
■내용 요약
트렌드 박사와 소비성향 짚어보니…
이젠 메가트렌드는 없다, 왜?
“나는 메가트렌드를 따르지 않아”
남들은 숏패딩? 난 롱패딩 입을래요
“흐름 없는 게 흐름”인 Me소비 주류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최근 패션 브랜드 MD(상품기획자)들이 가장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은 바로 “올 겨울 패션을 끌고 가는 굵직한 트렌드가 뭐냐?”는 겁니다. 패션업계의 최전선에 있는 그들이지만, 요즘 트렌드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과거에 비해 어려운 탓인데요.

미래를 예측하기가 힘들다기보다 소비자의 기호와 취향이 다양하고 깊어지면서 소위 ‘유행’이라고 하는 메가 트렌드가 사라졌습니다.

덕분에 그들의 역할도 글로벌 패션 트렌드를 국내에 알리는 ‘전달자’의 역할을 넘어,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소비자의 취향을 찾아내고 그에 맞는 제품을 내놓는 일이 관건이 됐습니다. 가히 백가쟁명 시대입니다.

그럼에도 입을 모으는 키워드는 바로 ‘나’ 입니다. 나의 선택이 곧 트렌드를 만든다는 설명입니다.

“코로나19 이후에 트렌드가 원자 단위로 쪼개지고 있어요. ‘파편화된 트렌드’인 거죠. 이런 마이크로 취향에 연결된 커머스나 리테일이 더욱더 확장되고 있고요. 그러니까 나의 트렌드를 당신이 모르는 것이 요즘 트렌드라고 할 수 있어요.”

10년간 베스트셀러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공저자로 활동하고 있는 이준영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가 취향 중심으로 재편되는 트렌드의 미래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이준영 교수는 요즘 핫한 ‘트렌드 박사’인데요. 인터뷰 영상에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

The 헤럴드 Herald

“대세는 ‘숏패딩’ 아니다”…내가 사는 게 트렌드
무신사 아우터 주간 랭킹. 긴 기장의 패딩파카가 2위·11위·15위로 집계된다. 무스탕은 13위, 롱코트는 5·6·8·9·10위를 차지했다. [무신사]

지난달까지만 해도 패션업계는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인 ‘뉴트로’ 열풍에 따라 겨울철 패션 대표 아이템인 숏패딩이 유행을 선도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에 따라 패션업계는 앞다투어 숏패팅 신제품을 출시하며 고객 몰이를 준비했는데요.

그러나 올 겨울 35년 만의 강추위가 닥쳤던 지난 겨울보다 더한 혹한이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숏패딩 못지않게 롱패딩과 긴 기장의 벤치파카를 찾는 수요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롱코트나 무스탕코트, 항공점퍼로 불리는 블루종 등도 여전히 인기입니다. 업계의 전망이, 그들이 리드하고자 하는 유행이 예전만큼 대중들에게 먹히지 않은 겁니다.

“‘일정 기간 다수가 동조해야’ 트렌드라고 할 수 있었는데, 이런 정의 자체가 바뀌고 있어요. 트렌드는 모두가 함께 공동으로 느끼는 거다란 흐름이 아니라, 아주 작은 단위에서 갈라지고 쪼개지고 다시 퍼지며 만들어지는 거죠.”

이준영 교수도 집단 위주로 만들어지던 전통적 ‘우리 의식’이 취향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실제로 지금의 소비자는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관심이 각양각색입니다. 5년 전만 해도 아이돌 그룹의 패션 스타일이 ‘메가 유행’을 이끌었던 것과 대비됩니다. 올해 한국복식학회지에 게재된 ‘소셜 빅데이터로 살펴본 스트리트 패션 네트워크 변화’ 연구 논문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지난 2010년에만 해도 온라인 상에서 ‘아이돌’, ‘스키니’, ‘레이어드’, ‘점프수트’와 함께 ‘연예인’ 키워드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시 인기를 끌었던 빅뱅, 소녀시대, 2NE1 등 아이돌 그룹의 패션 스타일이 큰 주목을 받았던 겁니다.

그러나 2020년에는 ‘롱패딩’, ‘숏패딩’, ‘유니섹스’, ‘친환경’, ‘뉴트로’, ‘테크놀로지’ 키워드가 새롭게 등장했습니다. 연예인이나 그들이 입는 의상이 아닌, 내가 필요한 의류 종류가 주요 검색어가 된 겁니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 중심으로 옷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양하고 좁아지고 깊어졌다”며 “이렇다보니 패션 플랫폼에서 세분화된 소비자 취향 맞추는 AI(인공지능) 추천 시스템 도입은 ‘기본’”이라고 전합니다.

무조건 21호? 이제는 ‘맞춤’ 시대
한 공중파 방송에 출연한 허니제이 모습. 화장을 지운 피부가 더 하얗다. [유튜브 ‘엠뚜루 마뚜루’ 캡처]

좀더 사례를 살펴볼까요.

이제 뷰티업계에서 ‘21호 파운데이션 신화’는 옛말입니다. 예전에는 밝은 색의 21호와 다소 어두운 23호 중에 선택해야 했지만, 이제는 다양한 색상의 파운데이션 제품이 시중에 나와 21호를 찾는 고객 비중이 줄었습니다. 소비자들의 니즈가 극도로 개인화되면서 세분화된 시장에 맞춰 사용자의 피부 타입과 컨디션, 메이크업 취향에 따라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맞춤형 화장품’을 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셜미디어(SNS)에서는 하얀 피부만을 선호했던 과거와 달리, 건강하면서도 나만의 개성을 살리는 화장법 노하우도 공유되고 있습니다. 최근 한 공중파 방송의 관찰형 예능에 출연한 여성 댄스 크루 ‘홀리뱅’의 리더 허니제이가 “저는 화장 톤을 오히려 낮춰서 해요”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화장을 전부 지우고 나온 허니제이의 얼굴이 오히려 더 하얘 방송 패널들이 놀라자 그가 한 말이었죠.

니치향수. [신세계인터내셔날]

극소수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고급 향수인 니치 향수 성장세도 심상치 않습니다. 니치 향수는 조향사가 최상의 원료로 만든 향수를 의미하는데요. 일례로 조 말론 런던, 딥디크, 퍼퓸드말리, 톰포드 등 고가의 니치 브랜드 향수가 역대 판매량 신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내부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니치 향수를 구매하는 고객 중 20, 30대의 비중은 무려 45%에 달합니다. 소수를 위한 향이라는 니치 향수의 콘셉트가 개인화와 차별화를 추구하는 MZ세대의 소비성향과 부합해 인기를 끄는 것으로 보입니다.”

조연실 롯데백화점 화장품 치프바이어(선임상품기획자)가 전한 분석입니다. 이는 이준영 교수의 해석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그는 “기성세대는 상업적인 판매 방식, 대중적인 브랜드, 역사와 위상이 있는 브랜드를 선호한 반면 MZ세대는 로컬적인 부분과 함께 친환경·진정성 있는 브랜드를 찾는 경향이 높다”라며 “MZ세대 경우 소비 그 자체로 나만의 가치, 나만의 신념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영상=PD 윤병찬·유충민·이건욱/디자이너 허연주]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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