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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권불십년’ 무색한 김정은을 보며

‘화무십일홍 권불십년(花無十日紅 權不十年·열흘 붉은 꽃 없고 10년 가는 권세 없다)’이 무색하다. 집권 10년을 맞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얘기다.

북한의 올해 12월은 떠들썩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10주기에 김정은 위원장 집권 10주기가 겹친 탓이다. 유일 영도 체제를 내세운 북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10주기와 김정은 위원장 집권 10주기는 기실 같은 의미다. 김정은 위원장이 최고지도자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자체가 아버지의 부재 덕분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1년 12월 17일 아버지가 사망한 뒤 같은 달 30일 인민군 최고사령관을 시작으로 당정군 최고권력을 장악해 나갔다.

북한은 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를 ‘정주년’이라며 각별한 의미를 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10주기를 맞아 곳곳에서 추모 분위기를 띄우고 있고, 5년 동안 치르지 않은 중앙추모대회도 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 위상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김일성 주석을 ‘수령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장군님’,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을 ‘원수님’으로 호칭했던 북한은 올 들어 김정은 위원장도 수령 반열에 올렸다. 지난 1월 열린 제8차 노동당 당대회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을 당 수반인 총비서직에 추대하면서 수령의 지위를 갖는다고 못 박았다. 북한의 수령은 ‘인민대중의 최고뇌수, 통일단결의 중심으로서 역사발전과 노동계급의 혁명투쟁에서 결정적 역할을 수행하는 당과 혁명의 최고영도자’로 정의된다. 김정은 위원장이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늘에서 벗어나 절대적 권위와 권력을 지닌 명실상부한 최고지도자가 됐음을 선포한 셈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할아버지의 ‘주체사상’과 아버지의 ‘선군사상’과 같은 독자적인 사상과 노선인 ‘김정은주의’도 체계화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상은 드러나지 않았으나 관영매체들이 강조해온 ‘인민대중제일주의’와 ‘우리국가제일주의’가 골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이 처음 등장했을 때 기대 섞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젊은 나이에다 외국 유학 경험 등을 주목한 시선이었다.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가 하면 공개석상에서 눈물을 보이고 인민의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할아버지나 아버지와 다른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0년 동안 이복형 김정남을 독살하고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하는 등 권력장악을 위해서라면 오히려 더 잔혹한 면모를 보이는가 하면, 국제 사회의 우려에도 핵·미사일 개발 야욕을 거두지 않으면서 이 같은 기대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외부 세계에선 김정은 위원장 집권 10년에 대해 핵무력 건설과 정권안정에는 성공했지만 경제적으로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국제 사회의 제재와 자연재해, 그리고 코로나19까지 덮친 상황을 고려할 때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도 억울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평가다.

1984년생으로 알려진 김정은 위원장의 나이를 고려하면 집권 20주기, 30주기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김정은 수령님’이 영도하는 ‘김정은주의’로 물든 북한의 향후 10년, 20년 뒤 외부 세계 평가는 달라질 수 있을까. 긍정적 답변이 쉽지 않아 보인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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