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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외로움’을 관장하는 정부 부처가 필요하다

최근 남아공화국에서 발견된 코로나바이러스 변이인 오미크론으로 전 세계가 다시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국내에서도 위드코로나를 시행한 후 연일 감염자가 최고치를 기록하고 중환자 수와 사망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사람과의 관계가 삶의 의욕에 아주 중요한데 코로나로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져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서울시민 대상 한 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일상생활에서 외로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대 별로는 50대는 64.8%이고 30대가 37.8% 정도였다.

사실 코로나 이전에도 어르신들의 외로움은 사회적 문제였다. 외로움은 단지 정신증상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고 치매, 고혈압, 당뇨, 신체화 장애 등의 위험 요인이 되기도 하고 노인들에게는 더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노인들은 물론이고 젊은 층에서도 고독이나 외로움이 자살의 큰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일본은 코로나19에 따른 고립으로 자살률이 급격히 증가해 초·중·고생 자살이 1980년대 이후 최다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고독감은 꼭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면 기분이 우울하거나 외로움을 느낄 수는 있지만 반면 자신의 내면에 집중할 시간이 돼 집중력이 높아질 수 있으며, 자아성찰이나 삶의 동기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어 생동감을 높일 수도 있다. 영국 BBC 조사에 의하면 전 세계 인구의 40%가 자주 외롭다고 했지만 외로움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답한 사람도 전체의 41%나 됐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도 외로움이 장기화 되면 상쇄되기 마련이기에 외로움을 더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로 받아들이고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외로움과 관련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신경과학에서는 외로움을 완화시키기 위해 긍정적 생각과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를 증가시켜 외로움을 치유하는 연구를 많이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에 따르면, 반려동물과 교감하면서도 큰 위로를 받을 수 있다고 하고, 요사이 AI 반려로봇을 통해 정신건강을 관리하기도 한다. 이처럼 미래사회에는 사회적 차원에서 디지털기술을 활용해 외로움, 고독감, 상실감 등을 관리해주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며,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영국에서는 외로움을 관장하는 국가기구인 ‘고독부(Ministry for Loneliness)’를 신설해 국가적 차원에서 외로움을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고독 고립대책부’를 내각에 만들어 팬데믹 시대의 고독과 자살의 문제에 대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에서 고독을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사회적 문제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코로나 종식시기가 불투명해지고, 1인가구 증가 등 사회적 요인으로 인해 외로움이 점점 더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도 조속히 외로움, 고독, 소외, 그리고 이로 인한 자살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으로는 국민의 행복감을 증진시킬 수 있는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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