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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 탄소중립 시대의 국토정책

국토는 한 나라의 주권이 미치는 범위이며, 우리 삶의 터전이다. 삶의 질은 경제적인 풍요, 깨끗한 환경, 사회적 행복감에 의해 다차원적으로 결정된다.

6·25 전후 황폐화된 국토를 재건하는 것이 모든 것에 우선시됐고, 초고속 경제성장을 달성하게 됐다.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환경 문제는 애써 외면됐고, 환경정책 또한 보호지역을 관리하는 데 초점을 뒀다.

개발 시대가 지나가고 탄소중립의 시대에 들어섰다. 미국도 유럽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까지 순배출량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가 차원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배출과 흡수되는 온실가스의 양이 제로가 되면 된다. 탄소흡수원인 산림을 새로 조성하거나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 탄소중립이라는 국가정책은 실질적으로 국토, 도시, 지역의 공간 단위에서 실행된다. 따라서 각 공간 위계별로 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가능한 수단이 무엇인지 찾아봐야 한다.

공간 단위에서 탄소중립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어디서 얼마만큼의 탄소가 배출되고 흡수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저탄소라는 선언적인 문구가 아니라 탄소중립이라는 정량화된 목표치가 제시돼 더 그러하다. 아직 우리나라 시군구 지자체에서는 탄소 현황을 파악할 수 없어 통계현황 정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국토 차원의 탄소 현황을 파악한 후에는 국토와 지역별 탄소중립에 대한 구상이 마련돼야 한다. 최상위에 있는 국토계획에서는 지역별로 현재 시점의 탄소배출량과 미래 시점의 감축 잠재력을 고려해 광역자치단체가 나아갈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역세권을 중심으로 생활권을 구축하고 이를 광역철도망으로 연결한 다핵분산형 대도시권을 조성하면 자동차 이용 수요를 낮추고 친환경 대중교통 이용을 늘릴 수 있다. 수력·조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은 잉여 전기를 활용해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활용해야 한다. 바람이 풍부한 해상과 고지대에서는 풍력단지를 조성해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해야 한다.

상위의 방침을 받은 지자체는 연도별 탄소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에너지 절약형 도시공간구조를 계획해야 한다. 탄소배출집중관리구역을 지정해 배출이 높은 지역은 차량운행 조정, 건물의 냉난방 통제 등 규제를 부여하고,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한 여러 정책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도 필요하다. 탄소를 흡수할 수 있게 정주지 내 탄소흡수원도 넓혀야 한다.

지자체가 수립한 도시계획은 탄소중립의 관점에서 평가돼야 한다. 국토계획평가제도는 효율성, 형평성, 친환경성의 원칙에 입각해 계획이 수립됐는지를 평가하는 제도다. 직장과 주거지가 근접해 이동이 최소화되고, 자급자족할 수 있는 생활권이 계획됐는지를 평가할 수 있다. 국토계획과 정합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서도 세부 가이드라인이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국내외에 탄소중립이라는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해 압축성장을 뒷받침하던 국토정책이 지금부터는 친환경 국토 조성에 기여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처럼 국토정책의 미션도 탄소중립으로 전환돼야 하지 않을까.

박종순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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