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내 생각보다 중요한 남의 생각[박종훈의 매크로뷰]

물리학의 과학적 접근을 흠모하는 경제학자들은 경제학의 과학적 접근이 어렵다는 점을 호소하면서 “몇 십 억의 원자가 생각을 가지고 움직인다고 생각해보라”고 한다. 자연과학과 달리 경제학의 대상은 스스로 합리적 판단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거시적인 측면에서 비합리적 행동의 결과를 자주 일으킨다.

한국은행은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내년 1분기 추가 금리인상도 배제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기준금리는 금융경제 상황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지, 정치적 고려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필자는 상당히 매파적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채권 시장 반응은 달랐다. 금통위가 열린 당일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7%포인트 하락으로 마감했다. 시장은 경제 상황을 고려해 금리를 결정하겠다는 한은 총재의 발언과 추가 인상 시점을 못 박지 않았다는 점에서 1분기 금리 인상이 늦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같은 메시지를 들었는데 해석이 다른 이유는, 시장 판단의 출발이 다르기 때문이다. 필자는 앞서 금리 인상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반면 시장은 적어도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가 연 1.75%까지 인상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다. 여기에 내년 1분기 금리 인상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는 시장은 예상치 못한 경제 상황으로 금리 인상이 지연될 수 있다고 받아들인 듯하다.

금융시장을 전망할 때 나의 생각보다 남의 생각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케인즈가 미인대회를 비유해서 설명했듯 내가 오를 것이라 판단하는 것보다 남들이 오를 것이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물론 시장 참여자들이 모두 다른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니다. 시장의 가격이 형성되면서 시장 참여자의 기대치는 어느 정도 수렴하게 돼 있다.

지난 주 한은 총재는 내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기대 물가 상승은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고 다시 실물 물가를 끌어올리기 때문에 기대 물가 안정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속적으로 금리 인상에 대한 시그널을 통해 시장 참여자들의 합리적인 기대를 유도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nature68@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