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인플레이션 우려에 금리 인상 기조가 확고해지자 최근 급성장했던 ‘언택트’(비대면) 관련 기술주들의 버블이 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3개월간 스냅(Snap), 줌(Zoom), 트위터(Twitter), 핀터레스트(Pinterest) 등 이른바 언택트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30% 넘게 추락했다. 같은 기간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0.2% 하락한 것과 비교해 언택트주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최근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며 이같은 기술주들에 대한 투자심리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혁신과 관련된 기업은 금리 인상에 취약한 경향이 있다. 성장기업일수록 미래 발생할 수익에 대한 기대가 현재 주가에 반영되는데, 금리가 오르면 미래 현금흐름의 가치가 현재보다 크게 낮아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주가가 폭락한 이들 언택트주는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급등했던 기업이 대부분이다. 홈트레이닝 업체인 펠로톤(Peloton) 주가는 지난해 400% 이상 상승했고, 줌의 주가 상승률도 400%에 육박했다. 핀터레스트는 250% 상승했고, 스냅 주가는 3배까지 폭등한 바 있다.

경제분석기관인 BCA리서치의 아이린 툰켈(Irene Tunkel) 수석 주식전략가는 “이들 기업은 일종의 미래에서 빌린 수익을 가지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여기에 지나치게 열광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기업의 실적 상승세도 둔화되는 모습이다. 핀터레스트는 월가 예상보다 낮은 월간 활성사용자를 보고했고, 스냅은 애플의 앱스토어 개인정보보호 정책 변경으로 이번 분기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동산업체 질로우(Zillow)는 주택 선구매 후 리모델링해 되파는 ‘홈 플리핑(Home Flipping)’ 사업을 중단했고, 줌 역시 매출 성장이 둔화됐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알파벳 등 강력한 기술기업들이 주도하는 시장 전체에는 즉각적 영향이 일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AXS인베스트먼트의 최고경영자인 그렉 바숙(Greg Bassuk)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이라면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기에 낮은 이율로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다”며 “금리가 상승해도 메가테크는 훨씬 적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 속도를 더 높일 것임을 강하게 시사하며 주식시장에 충격을 줬다. 신종 오미크론 변이 등장으로 인플레이션 전망에 불확실성이 다시 더해졌지만 일단 긴축을 가속화하겠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인프라스트럭쳐 캐피탈 어드바이저(Infrastructure Capital Advisors) 최고경영자 제이 핫필드(Jay Hatfield)는 “연준이 테이퍼링 속도를 내고 금리가 올라가면 주식시장의 안목이 높아질 것”이라며 “과대평가된, 실적이 저조하며, 돈을 잃는 기업들은 이 상황을 잘 헤쳐나갈 수 없을것”이라고 말했다.